[온누리]피지털

‘피지털’(phygital)계의 등장을 주목한다. ‘피지털’은 ‘피지컬’(physical)과 ‘디지털’(digital)을 합친 조어로, 양 계의 혼합 현실을 지칭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피지털’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호혜의 공통장을 기획할 수 있을까?

이제 사유화된 기업 논리에 우리의 미래를 의탁하거나 정부의 공적 지원 체제만을 바라고 살기에는 너무도 불평등과 부정의가 만연하고 척박한 삶의 현실에 봉착했다. ‘사유’(私有)와 ‘공유’(公有)를 넘어,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우리 스스로 짜는 대안 기획이자 실천 방식인 ‘커먼즈’(공유[共有])의 가치 전유가 필요하다. 생성 중이지만 다층적으로 무수히 가지치기하면서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착취와 수탈의 방식을 벗어나 호혜적 삶을 직조하려는, 반인클로저 운동과 공생공락의 새로운 실천 징후와 흐름을 주목한다.

오늘날 플랫폼 자본주의는 디지털계의 기술 논리를 갖고 물질계의 지형과 배치를 좌우하는 역전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메타버스’에 바치는 숭고와 찬양은 플랫폼 자본이 주도할 피지털계의 인클로저를 알리는 서곡에 해당한다. 피지털계의 자본주의적 왜곡을 경고한다. 인간 삶의 조건을 위협하는 이 플랫폼 인클로저 질서를 넘어설 수 있을까? 플랫폼 질서에 맞서 다른 삶의 직조를 위해 그리고 대안 실천의 무기력을 깨우기 위한 방법으로서 ‘커먼즈’(공통장) 운동을 제안한다. ‘인류세’ 국면 인간-기술-생태의 앙상블을 도모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가?

‘인류세’ 국면 생태 커먼즈의 구성 논의는 동시대 가장 화급한 쟁점이다. 기술로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 지구공학적 낙관론이나 환경근대주의적 기후위기 해결책은 섣부르고 위험하다. 장기적인 생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좀 더 지역과 장소를 기반으로 한 자원 공동체가 중심이 된 생태 커먼즈의 구상이 필요하다.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에 붙은 QR 코드로 상품 정보를 조회하는 경험들이 ‘피지털’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사례다. ‘피지털’계의 출현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디지털 신기술이 물질계의 지형과 자원의 배치를 좌우하는 현실을 살게 됐다. 미래 피지털계나 메타버스가 재앙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커머너들 스스로 일구는 커먼즈적 공생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의 자유문화적 속성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안 기획이 중요하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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