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라는 책을 보자마자 표지에 써있는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다’ 라는 역설적인 부제목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이 책은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사회 문제를 크게 세가지의 주제로 나누고 환경, 지역 격차, 교육, 가족, 동물, 난민, 장애인, 노동자, 젠더, 부동산, 소득 불평등, 종교, 미디어, 정치로 다시 한 번 분류하여 분야별로 퍼져 있는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 그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던진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분야는 미디어이다. "검색이 사색을 대신한 시대에 사람들은 숲이 아니라 나무, 아니 나무는 커녕 잔가지와 나뭇잎만을 붙들고 바라본다. 그러면서 숲을 보았다고 착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조회 수나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언론사를 비롯한 유사 언론들과 유튜브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고, 허위 보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고리즘, 빅데이터 등 과학적인 말로 포장된 검색엔진을 무작정 신뢰하고, 이를 통해 얻은 자료를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1인 미디어 세대를 맞아 누구나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쉽게 즐길 수 있지만 그 정보들이 믿을만 한 자료인지, 가치있는 것인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경험적으로 자연히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교육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끊임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우리도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정보를 소비해야 한다.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기르다보면 보다 덜 위태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분야는 환경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뜨거운 여름을 나는 그저 더워서, 불쾌 지수가 높아서 좋아하지 않았다. 집이나 학교에서 에어컨을 빵빵 틀면 괜찮아질 일이었다. 하지만 자립적인 경제활동을 꾸리기 어려운 독거노인들, 에어컨을 구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해 열사병이 발병하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문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회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 폭염이 사람을 덥게는 만들지언정 죽게는 하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당연시 했던 것들이 어긋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분야는 지역 격차와 교육이다. 전주에 살며 고등학생인 내가 가장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주제였다. 나와 같은 나이지만 강남 8학군의 학생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입시를 도전하고, 수월하게 입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평소에 유튜브를 통해 알았다. 대치동 학원을 다니며 몇백만원의 과외를 듣는 학생들과 출발선 자체부터 다른데 어떻게 경쟁력을 한단 말인가. 또한 수도권은 지하철로 몇 개의 역만 이동하면 영화, 연극,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문화 시설이 있다. 문화 시설을 즐기기 위해 전주와 서울을 한 번 다녀오면 대략 오만 원의 교통비와 왕복 여섯 시간이라는 시간이 들었다. 티켓값을 비롯한 비용까지 생각하면 이십만 원은 훌쩍 넘는데, 학생인 나에게는 전부 사치다. 지방의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대학의 꿈을 줄이고, 취미 생활을 줄여야 한다는 현실은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다. 지금껏 지역 불균등 발전을 무시하고 성장해 왔던 대한민국은 지금부터 어떤 정책을 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책을 다 읽고나니 그제서야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던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위에 서있는 사람, 누군가의 몸을 누르고 지금 여기 서있는 남자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표정을 감추고 힘겨운 자세로 지탱해주고 있다. 오찬호 저자가 전하고자하는 메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처음 말했던 역설적인 부제목처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를 들여다보고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면과 만연해 있는 불평등, 무의식적인 차별에 대해 짚어볼 수 있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제법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라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고난 후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회를 잘못 바라보던 나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준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 / 유다현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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