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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가 선명하게 칠해진 네덜란드 사무실은 온실과 연결된다

[최선우의 둠벙과 농생태] 35. 유리온실로 이어진 길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12월 08일 14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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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위치에 직장이 있다. 발령과 동시에 중고자가용을 구했다. 장롱면허증을 꺼내 운전을 하려니 고달프기도 했지만 즐거움도 생겼다. 주말에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국도를 따라 운전하며 다니곤 했다. 이른 새벽부터 산과 산 사이의 도로를 달렸다. 임실에 들어서서 멀리 지리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동쪽에서 붉은 해가 떠오를 때쯤 차를 돌려 전주시내 어디에선가 늦은 아침을 하고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동쪽으로 달리면 진안 산간지다. 서쪽으로 달려 나지막한 산을 지나면 평야다. 논과 논 사이를 달리고, 김제 어느 도로에선가 기다란 그림자가 인상적인 메타스퀘어길을 만나기도 했다. 군산으로 달리면 지금의 새만금을 만났다. 일상이 바빠지면서 주말드라이브는 10여 번이나 했을까? 추억 속으로 가물가물 해졌다.

네덜란드였다. 렌트한 집에서 렌트한 차로 40여 분을 달리면 연구소에 도착했다. 유통물량이 상당함을 알리듯 도로엔 농산물 사진이 부착된 다양한 컨테이너를 끄는 화물트럭이 계속 달렸다. 어느 날인가 너무 빠르게 도착하는 바람에 정문은 채 열리지 않았다. 대기하고 기다리기엔 차 밖은 너무 추웠고, 시동만 켜고 앉아 있기엔 안은 너무 답답했다. 차를 서서히 몰아 주변을 달렸다. 평지 위로 수로 사이로 차를 몰았다. 하루 종일 달려도 평야처럼 평평한 넓은 평지만 보이는 곳이다. 경사진 길이 거의 없어 하루 종일 걸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평야하면 경지정리된 네모반듯한 논을 떠올렸다. 이 곳에선 평지 위로 네모반듯하게 지어진 유리온실이 보인다. 우리가 아는 파프리카, 딸기, 오이, 토마토, 장미 외에도 서양난, 거베라, 관상용 조경수, 분화를 생산하는 유리온실을 지났다. 동양스타일의 정원을 가진 분화를 생산하는 온실도 지난다. 20분을 달렸다. 이젠 돌아가야 한다. 왔던 길 대신 새로운 길을 찾아 양쪽으로 유리온실이 이어진 길로 돌아갔다. 간혹 생산을 멈춘 온실도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의 온실 내부는 원예작물이 자라고, 온실 외부 벽면에 각색의 폐츄니아꽃이 핀 화분이 규칙적으로 매달려 있다. 페인트가 선명하게 칠해진 사무실은 온실과 연결된다.

네덜란드 westland는 북해와 인접한 서쪽을 말하며 유리온실이 밀집되어 있다. 반듯한 네모 하나는 최소 1 헥타아르이다. 논 2~3필지다. 출장으로 로테르담에서 델프트, 또는 헤이그 주변의 온실을 방문할 때면 차로 이동한다. 대부분이 한시간 거리이다. 이동하는 동안 유리온실이 이어진다. 한시간 동안 유리온실만 보는 것은 결코 경험해보지 않았다. 직장에 들어와 일정 시기는 경영을 했고, 콩을 수확했고, 귀리를 도입했다. 때로는 멸구를 찾아 논에 들어갔고, 나방 애벌레와 이들의 천적인 곰팡이를 찾아 고구마 밭을 누비고, 한때는 예산집행만 했던 적도 있으며, 시설원예작물에 대한 천적연구를 마악 시작했던 참이다.

지도를 펼쳤다. westland를 찾아 보니 새만금이 떠올랐다. 바다와 인접해 있고, 간척지이며 드넓은 평야가 인접해 있다. 여러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유사성으로 과거에 여러차례 농지로 논의가 이루어졌던 걸까? 유럽 최대 항구인 로테르담 항구가 보인다. 로테르담-헤이그 공항과 스키폴 공항이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다. 코코아, 감자, 오렌지 등은 이 곳으로 수입되고 네덜란드에서 1차 가공되어 재수출된다. 네덜란드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신속하게 유통시킬 배와 비행기가 근처에서 대기한 셈이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로테르담 항구에 한국을 위한 물류센터를 구축했다고 한다. 새만금에도 물류센터가 구축되고 항구의 형태를 하나씩 갖추어 가고 있다. 이 곳에서 세계의 시장을 어떻게 연결하게 될지 궁금하다./전북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 농업환경과 농업생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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