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윤정(원광대학교 융합교양대학 교수)
메타버스(Metaverse)는 실제 세상과 다른 컴퓨터나 스마트폰 안에 구현된 컴퓨터프로그램 기술로 꾸며 놓은 제페토(ZEPETO), 로블록스(ROBLOX), 포트나이트(FORTNITE), 게더타운(gether.down) 안에 세상이 있고, 그 안에서 학교, 회사, 공연, 게임 등의 활동하는 가상 세계를 말한다. 메타버스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등의 계정(아이디)으로 로그인을 하여 가상 세계인 각각의 월드에 입장하게 된다.
메타버스라는 플랫폼 안에 하나의 월드를 선택하면 학교에 등교하는 것처럼 교실에 들어가서 공부도 하고, 게임 월드을 선택하면 게임을 할 수도 있고, 그림 전시회 월드를 선택하면 캐릭터가 걸어 다니며 그림을 관람하고, 공연 월드를 선택하면 KPOP 가수의 공연을 참가하게 된다. 이처럼 베타버스에서는 현실 세계를 사는 것과 비슷하게 가상 세계 속에 들어가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스마트폰 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 그리고 코로나시대로 이어지는 현재에는 MZ세대가 주축이 되어 하루 동안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공유하는 SNS 활동의 한 형태로 메타버스가 확장되어 발전하면서 비대면 가상 공간 속에서 활동이 일상생활의 한 형태가 되었다.
현실에서의 ‘본캐(본래의 캐릭터)’와 가상 세계에서의 ‘부캐(본캐와 다른 성격의 부캐릭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생활한다는 것은 때로는 가상 세계인지 현실 세계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가상이 현실 같고 현실이 가상 같은 삶 속에서 나이어린 10대들에게는 메타버스의 열광적인 밝음의 순기능 만큼이나 역기능적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도 하다.
메타버스 서비스의 주요 이용자는 10대, 여성이 많다. 올해 1월 닐슨코리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제페토(ZEPETO)의 이용자는 7~12세가 50.4%, 13~18세는 20.6%로 나타났는데, 10대 이용자 비중이 60~70%로 10명 가운데 7명이 아동·청소년이고, 77%가 여성이고 남성은 23%이다. 로블록스 이용자도 7~12세가 49.4%, 13~18세가 12.9%이고 여성 이용자는 55%였다.
한편 인공지능 채팅 봇인 ‘이루다’에는 여성성이 부여되었고 성희롱문제가 대두되었는데, 그 이유는 기존 다른 챗봇과는 달리 “고분고분하지 않다”, “반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챗봇에 음담패설을 하고, 성희롱을 한 후 이를 캡처해 인증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아카라이브’와 ‘디시인사이드’에는 ‘이루다’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이러한 대화를 인증하는 게시물도 있었고, “‘이루다‘ 변태로 어케 만드냐”, “요즘 이루다 성희롱하는 재미에 산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이루다의 개발사 스캐터랩이 선정적인 말이나 모욕적인 언행, 욕설 등을 자동 감지해 대화를 차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고, “문맥을 교묘하게 활용하거나, 음담패설 속에 다양한 기호를 넣어 자동감지가 되지 않도록 하는 성희롱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요즘 가상 세계 속 삶이 즐거운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사이버 불링, 스토킹 등의 범죄로 고통 받는 피해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 가상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불링(bullying)을 조합한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은 온라인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뜻한다. 제페토 안에서 채팅 기능을 통해 만난 다른 캐릭터에게 “몸매가 좋네” “가슴은 커?” “속옷 벗어봐” 등 성희롱 발언을 하기도 하고, 남성 아바타가 여성 아바타를 졸졸 쫒아다니면서 성적 농담을 던지거나 가까이 다가와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동작을 취하라고 강요해서 계정을 탈퇴하는 상황도 발생하였다.
가상의 존재가 인격이 있을까? 가상 세계의 캐릭터가 물체인가? 인격체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우리는 캐릭터라는 물체에 인격을 부여하지는 않고 있다. 가상 캐릭터가 게임에서 무수한 사람을 죽였다고 연쇄살인범인가? 살인범은 아니고 단지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계정을 이용해 로그인하고 입장한 사람이 메타버스 안에 있는 캐릭터를 입혀서 부캐로 활동하면서 나와 다른 캐릭터를 물체라 생각하고 즐기고 재미를 느낀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유로움과 재미, 노는 것에만 푹 빠진 MZ세대에게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나아가 범죄 발생의 진앙지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의 역기능적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서둘러 관련법의 제정과 개정 등의 정비가 시급하다. 올해 7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메타버스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는 “메타버스의 공간 자체는 가상적이지만 경험의 효과는 실제적”이라고 했다. 현재 아바타 스토킹이나 채팅창 등을 통한 성희롱의 경우에는 스토킹처벌법(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도 스토킹으로 규정)이나 성희롱 경우 정보통신망법(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성폭력처벌법(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에 처벌 규정이 일부 마련되어 있다. 특히 이러한 범행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때는 청소년성보호법(제15조의2: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목적 대화 등)에 따라 처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 상에서의 유사성행위 요구에 대해서는 적용할 법 규정이 아직 미비하다. 캐릭터나 아바타끼리의 유사성행위를 직접적인 성교행위나 그 유사한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는 아동복지법의 적용을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미비점이 많아 보인다.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이나 가해행위가 기존의 한 나라의 국경을 초월하여 발생한 경우 온라인 압수 수색 및 수사관할에 대한 문제, 국제사법공조 및 관련 국제공용법률의 제정 등을 위한 국제적 논의도 시급한 당면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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