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종상(자연삶연구소장)
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초토화된 국가 경제가 1970~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1세기는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한 4차산업의 혁명기를 맞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소비성향과 소비 세대가 바뀌었다. 언택트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규모가 커졌다.
기업은 자사 소비재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액 상품권을 발행했다. 기업의 상품권 발행 초창기에는 고액권 화폐가 없던 터라 고액 상품권이 선물로는 제격이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기업의 상품권 발행사업은 상당 기간 호황을 누렸다. 기업의 고액 상품권 마케팅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2004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의 시행으로 대형할인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공룡유통업의 시장진출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 뿌리내린 전통시장은 지역 주민의 경제&;사회&;문화교류의 플랫폼이었다.
거대도시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상권의 중심지이다. 서울과 문턱이 없는 위성도시의 주민은 소비시장인 서울에서 다양한 쇼핑을 즐긴다. 위성도시의 소비시장이 위기의식을 느낄만하다. 경기도 성남시는 이에 맞서 2006년 말 전통시장과 소규모 상점 등 지역 골목상권의 잠식과 지역 재원의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해 지역 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발 빠르게 도입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전국의 전통시장과 상점가 등 지역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0년 7월 1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발행한 상품권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위탁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는 이와는 색다르게 자원봉사, 기부, 자원 순환 등의 사회적 가치를 지역 화폐로 환전해주는 ‘노원(NW)’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재원의 역외 유출을 막고 전통시장과 골목 소매점포 보호, 영세 상인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지역 화폐제도를 앞다퉈 도입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동참하면서 전국의 시&;군&;구가 경제적 물막이 수단으로 지역 상품권을 발행했지만, 코 풀린 그물망을 쳐놓은 것과 다름없다.
소비시장 매출의 주요 변수는 소비자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 상품의 다양성, 시간적&;문화적 활용성 등이다. 소비자는 개인의 소비성향과 구매상품에 따라 지역을 넘나들며 특화시장이나 백화점, 유명브랜드 매장을 선택적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식료품, 생활용품 등 기초생활소비재는 시장을 옆에 두고 시&;군&;구 경계를 넘어 쇼핑하는 예는 거의 없다. 이용 편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화폐로 발행한 대부분의 상품권은 온누리상품권의 대체재로서 상품권 구매자가 5~10%의 현금 수입을 얻고, 상품권 가맹점은 매출 이익을 얻는 구조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하루하루 생계를 위협받는 노점상인은 이마저도 제외된다.
따라서 상품권 구매수익의 지표가 되는 상품권 판매액을 지역 화폐 도입의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 상품권 유통 대상인 가맹점과 비가맹점의 연간 매출액을 살펴보면 지역 화폐제도의 허상을 바로 알 수 있다. 애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영세 소상인의 연간 매출은 늘지 않고 업종과 계절 상품의 소비에 따라 상품권 사용이 편중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가계소득이 늘어난다 해도 식료품과 의류, 생활용품 등 기초생활소비재 시장에서의 가계지출은 한계가 있다. 지역 화폐의 발행과 유통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지역 화폐가 상품권 가맹점 매출의 풍선효과로 인한 착시현상을 노린 허울뿐인 꼼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어떤 제도든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제도를 무작정 따라하기에 앞서 도입 목적에 적합한지, 주민이 얻는 실익이 무엇인지, 행&;재정적 낭비 요인은 없는지 등을 철저한 분석과 함께 지역맞춤형 성공 전략을 세우고 시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인기에 영합하여 실효성 없는 선심성 제도를 무차별 도입해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은 단연코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실직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역 주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생활이 더욱더 궁핍해졌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지방자치단체가 풀어야 할 과제이자 막중한 책무이다.
국가재정으로 운용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은 발행 목적에 부합한 효과가 나타나도록 발행 한도를 대폭 늘리고, 장마당의 영세 점포는 물론 노점상까지 사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온누리상품권의 대체재가 되어버린 지역 화폐의 도입 취지가 지역의 영세 소상인을 보호할 목적이었다면, 지역 화폐의 발행예산은 지방자치단체가 영세 소상인의 활력소가 되도록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실효성이 있다. 이제라도 골키퍼가 헛발질하는 청개구리 정책은 거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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