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문화에 소외되는 시각장애인

음식점 등 키오스크 도입, 동행정복지센터 점자 편의시설 부족 도내 시각장애인 1만1,256명, 전국 5만2,354명 대비 5%에 육박 훈맹정음 발표 기념 11월 4일 ‘점자의 날’ 올해 첫 법정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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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점자의 날’.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한글 점자를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 점자는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훈민정음처럼 ‘눈먼 이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로 ‘훈맹정음’이라 칭했다.

점자의 날은 지난해 12월 점자법이 개정됨에 따라 올해 첫 법정 기념일을 맞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소외되고 있다.

게다가 공공시설에도 점자 편의시설 등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0년 전 양쪽 시각을 잃은 박경숙(여·42)씨. 최근 들어 음식점과 카페 등을 혼자 갈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비대면 주문·결제 시스템인 키오스크(무인발권기)로 주문해야 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이 기기는 대부분 터치스크린 방식이고 음성지원도 없어 앞이 보이지 않으면 혼자선 주문하기 힘들다. 특히 종업원도 없는 무인점포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빈손으로 나오기 일쑤다.

그에게는 로봇이 음식을 싣고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음식점도 부담스럽다. 로봇 서버가 음식을 가져다주면 손님이 직접 음식을 꺼내 자리에 내려놓아야 하는데 뜨거운 국밥이라도 담겨있으면 절로 손이 떨린다.

박씨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장애인들은 생활이 더욱 편리해졌다고 느끼겠지만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할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시각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차별과 배제의 장벽이 되고 있다”고 씁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4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1만1,256명에 이른다.

지역별로 보면 전주가 2,966명으로 가장 많고, 익산 1,874명, 군산 1,576명, 정읍 879명, 김제 702명, 남원 636명, 완주 618명 등이다. 이어 고창 516명, 부안 407명, 임실 238명, 순창 241명, 진안 234명, 무주 196명, 장수 173명 순이다.

도내 시각장애인수는 전국 5만2,354명 대비 5%에 육박하고 있으며, 인구 대비로는 결코 적지 않은 수다.

하지만 전북지역 동(洞)행정복지센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편의시설 등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전북지역 동행정복지센터에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하는 편의시설은 378곳. 점자 표기가 제대로 설치된 곳은 99곳으로 전체의 26.2%에 불과하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원하는 정보에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해당 법률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시각장애인들은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북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는 눈의 역할을 대신하는 만큼 공공기관이나 다중이용시설에서 관련 편의시설 필수적으로 갖춰 이용에 어려움이 없게 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사각지대가 없도록 제도적인 방안 마련은 물론 지속적인 도민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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