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연(서예가,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초빙교수)
고택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터전이며, 삶의 숨결이 남아 있는 전통건축물이면서도 당시 생활인의 사상과 학문을 추론할 수 있는 문화재이다. 전북의 각 지역에도 여러 사대부 및 문인들이 기거했던 고택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한옥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집에 사상을 반영한 구조적인 부분, 자연과 집의 조화, 사람과 집의 관계 등의 관계를 고찰해 볼 수 있는 고택이 많다.
이 중에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에 있는 ‘정읍 김명관 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26호)은 ‘정읍 김동수 가옥’이라고도 불리우며, 조선중기 아흔아홉칸 한옥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다. 명칭이 1971년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김동수가옥이라고 붙여졌으나, 2017년 원래 기거했던 김명관의 인명으로 고쳐서 김명관고택으로 변경되었다.
이 집을 처음 지은 김명관(金命寬, 1755~1822)은 김동수(金東洙)의 6대 할아버지로, 17세인 1773년(영조 49)에 건축을 시작하여 11년후인 1784년(정조 8)애 완공하였다. 당시 김명관은 한양부근 양주에 부모와 조부모를 모시고 살다가 당시 유행하던 풍수도참사상에 의해 정읍 오공리 명당자리에 집터를 잡은 후 말을 타고 오가며 집을 짓기 시작하였는데 당시 70여명의 인부가 동원되었다고 하니 처음부터 풍수사상에 의해 체계적인 설계도와 조감도에 따라 지어진 큰공사였음을 알 수 있다. 이곳은 뒷쪽으로 창하산(蒼霞山)이 있고, 앞쪽에는 동진강 상류가 흐르는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서 풍수지리에서 명당이라 말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풍수상 길(吉)지라는 믿음이 강해서일까. 이 집의 터는 ‘지네 형국’ 의 명당으로, 집 뒷산 창하산이 지네를 닮았다고 하여 지네산이라고도 불리우며, 집 앞에 동서로 긴 장방형의 연못은 지네의 먹이인 지렁이를 상징하여 만들었다는 후문도 전해지고 있다. 또 이 집터를 점지해준 도깨비 이야기도 전해지는데, 도깨비들이 지금의 집터를 점지해주며 이곳에 집을 지으면 백섬지기의 부자가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집안은 이후 한 해 추수로 1천 2백석을 거두는 거부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명당의 기운이 최소한 12대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손들에게 혹시라도 집이 화를 당하여 무너지더라도 이곳을 절대 떠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정확한 위치에 다시 지을 수 있도록 안채땅 밑에 표식을 만들어 두었다고도 하니 집터를 잘 보존하여 후손의 번영까지도 기원했던 그 큰마음이 애뜻하게 전해져 온다.
이 고택은 양반집 같은 위엄보다는 오밀조밀한 살림집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 독창적인 공간 구성을 하고 있다. 마당의 크기와 위치, 그리고 대문간에서 안채까지 흐르는 동선의 관계가 뛰어나며, 그 중에서도 특히 문간마당과 안마당은 더욱 아름답다. 호남 상류주택의 원형이 개조되지 않고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음이 놀라울 뿐이다.
건물들은 행랑채·사랑채·안행랑채·안채·별당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마당과 정원,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가 미학적 감상을 높이고 있다.
집주인의 안전을 위해 피신처로 사용하던 협문과 호지집, 대문과 바깥행랑채, 대문채 마당과 솟을대문, 솟을대문 마당으로 통하는 협문과 사랑마당, 고졸한 느낌의 사랑채, 큰사랑 대청마루의 운치, 벽간의 여백 크기를 잘 조화되도록 만든 큰사랑 바라지창, 비밀스런 다락을 간직한 큰 사랑채 온돌방, 사랑채 후원의 멋과 쪽담의 선율, 동백나무 아래의 사랑측간, 중문으로 보이는 안채, 바깥대문 담장 아래의 아름다운 화단, 대칭적 평면이 인상적인 안채의 풍경, ‘ㄷ’자형 안행랑채, 중문을 중앙에 두고 긴 행랑이 이어진 안행랑채, 눈썹모양의 인방이 흥미로운 안채 측간과 문간방, 한민족의 맑은 심성이 느껴지는 안채 대청의 표정, 대청마루 대들보와 천장 가구, 율동미가 느껴지는 들보 위의 귀여운 다락창, 안채의 바라지창으로 보이는 뒷뜰의 풍경화, 대칭인 부엌의 시선 집중, 조왕신을 모시던 감실을 둔 건넌방 부엌, 별당으로 사용되는 안사랑채, 미닫이 창문이 달린 안사랑 대청의 조형적 아름다움, 안사랑 대청의 바라지창, 안사랑채 툇마루, 분합문이 있어야 할 대청문을 격자형 미닫이 문으로 표현한 모습, 보를 받치는 보아지가 없는 용마루 상부구조, 조선시대 선비의 규율이 느껴지는 단아한 단 칸의 맞배지붕 사당 등이 소박한 구조와 건축가의 독창성, 조선중기 사대부 가옥의 중후한 모습을 대체로 원형대로 잘 유지하고 있어서 건축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좋은 연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길어진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한 마음을 풀어내기 위해서 이러한 고택을 감상하고 음미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 또한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이 될 듯하다. 뿐만아니라 산외면에는 이러한 고택을 체험할 수 있는 고택문화체험관이 마련되어 있으니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기 바라며, 가까이 산내면 옥정호 최상류의 전체 12ha의 공원면적에 약 5ha의 구절초가 소나무 숲에 자생하고 있어서 그 아름다움과 향기에 절로 힐링이 되니, 10월에는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 일대에서 진정한 행복은 소소함에 있음을 느껴보시길 권유해 본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