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종(전 원광대학교 총장. 전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진흥 심의위원회 위원장)
어떤 기업가가 이런 말을 했다.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돈은 은행에 있다. 그 은행에 있는 돈을 어떻게 가지고 나오느냐를 연구하면 된다.” 서부영화처럼 은행을 털자는 말이 아니라 부지런 하게 사업 종목을 찾아내어 실천하면 된다는 말이다. 단순하게 보면 이 기업가의 생각은 자본주의적으로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의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은행의 돈은 어디서 왔을까? 그것은 사람들의 지갑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은행도 고객중심의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한걸음 차이의 이 생각은 경제의 틀을 달라지게 한다. 은행의 마음에 드는 사업과 소비자의 마음에 드는 사업의 틀이 다르다는 것이다. 은행의 마음에 들기 위해 기업은 온갖 지표상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은행은 지금까지 그 신뢰도에 소비자 만족도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은행과 기업 간에 돈 거래만 정확하면 좋은 기업으로 간주하였다. 은행도 기업의 하나인 만큼 둘 다 기업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이익을 만들어 내는 기관이고, 그 이익을 주주들에게 분배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이라는 전통적인 기업개념이 바뀌고 있다.
기업의 역할이 왜 바꿔지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역사적으로 자본주의가 다른 형태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부 유럽의 산업혁명으로부터 산업자본주의가 자리 잡았다. 영국과 북유럽의 국가들이 산업자본주의를 이끌었다. 다음으로 금융자본주의로 전환했다. 금융자본주의는 미국이 이끌었다. 2차 산업인 제조업이 주도하는 단계에서 3차 산업인 금융업이 주도하는 자본주의가 된 것이다. 앞서 말한 기업가는 금융자본주의의 속성을 잘 알고 적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자본주의를 주도하는 것은 증권시장과 은행이다. 이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노름판’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을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내려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은 개별화 사회를 반영하는 문화자본주의로 바뀌는 시점이다. 의식주(衣食住)산업과 함께 진선미(眞善美)산업의 영역이 만들어 지고 있다. 여기서 기업의 개념을 바꾸는 전환점을 만든 기구가 있다. 국제표준화기구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아이에스오(ISO) 26000”을 권유하고 있다. 이 기구는 기술표준을 정하는 국제기구인데 “아이에스오 26000”은 도덕표준이다. 이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7개의 경제주체(산업계, 정부, 노동계, 소비자, 비정부기구 등)를 대상으로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거래, 소비자 이슈, 공동체 참여와 개발’등을 사회적 책임 과제로 정하고 이의 실행 지침과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 표준화기구는 2010년부터 이를 권고하여 왔다.
오늘날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이 일반화 되었다. ‘이에스지경제학(ESGnomics)’이라는 영역이 등장한 것은 ‘아이에스오 26000’의 틀이 일반화되었다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환사지 경영’이란 우리말 쓰기를 권한다)
그런데 ‘환사지 경영’을 강조하다보니 ‘기업가 정신’을 잊고 있다. ‘환사지 경영’을 하는 것이 소비자들이나 평가기관의 평가를 의식하는 수준인 겉치레에 그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기술로 창조적 파괴를 하며 새로운 기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이것은 평가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모험이다. 그리고 새로운 꿈과 미래의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5대 주요국(G5)’으로 발전하는 것, 국제표준을 결정하는 나라, 문화슬기모의 틀을 만드는 나라, 국민소득 5만 달러를 올리는 나라 등등, 눈에 잡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목표들이다. 나라와 국민, 민족과 역사의 차원에서 실천하는 목표를 실천하는 기업가들, 이러한 철학을 가진 창업가들이 활동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모험기업(벤처기업)’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지원금만 소화하고 폐업하는 ‘도덕적 해이’의 사례도 자주 보게 된다. ‘모험기업 창업’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자기 기업의 이상과 나라의 이상을 일치시키는 창업가들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도 그렇다. 보고서용 실적 쌓기에 쫓기기 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을 발굴하는 인문학적 평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시행해온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가운데 정성평가의 방식과 내용을 조금만 수정해도 인문학적 평가체계를 만들 수 있다. 철학 있는 경제가 살아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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