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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흐린 빛도 찾아내 그 쪽을 향하는 해바라기같이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09월 23일 15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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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알약들을 모아 저울에 올려놓고(지은이 이지호, 출판 걷는사람)'는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그동안 갈고닦은 절제된 언어와 풍부한 감각으로 일상과 역사, 내면과 풍경을 오가는 모험적 시편들로 다시 독자들에게 다채로운 세계를 선사한다. 시인은 지키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것은 '흙 묻은 장화들이 앉았다'가고, '빈 막걸리 병들이 출출'(「은산상회」)하게 서 있는 어느 길목의 남루한 일상이기도 하며, '밭고랑 사이 한 소녀가 하얀 냉이꽃 보고 발 동동 구르는/아주 오래된 모습과 만날 것 같은'(「산책」) 소소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끈질기게 응시하는 풍경은 외부 세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흰 천에 붉은 날들이 가끔 구겨”지고(「앵두」), “어느 절실했던 울음의 망명정부가 되지 못한 몸'에게 '약봉지를 대신 걸어'(「울음이 지극하다」) 두기도 하는, 상처로 얼룩진 내면의 풍경까지도 포함한다. 이렇듯 시인은 내면에서부터 조금씩 확장되어 가는 다양한 세계의 풍경들을 보듬어 안고, 품는다. 일찌감치 이 세계가 병들었음을 깨닫고, 소멸해 가는 연약한 존재들에게 건네는 연민의 손길에 다름 아니다. 시인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도시인에게서 “땅의 기운을 받았던 사람들은 이젠 흙을 잃어버리고/하늘의 기운만 받으려 휘청휘청”(「흙 받습니다」) 흔들리는 모습을 포착하기도 하는데, 아마도 사라져 가는 존재들의 근간을 ‘흙의 길’을 통해 모색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집 해설을 쓴 차성환 시인 역시 “이지호 시인은 자신의 몸에 흙의 길을 내어 뭇 생명을 품어 내는 사랑을 실천하는 이다. 이제, 흙의 길이 곧 사랑의 길임을 알겠다. 그로 인해서 우리가 사는 “마을”은 온통 환해지고 외로운 사람 하나 없이 서로의 품에 기댈 수 있으리라”(해설 「‘흙’의 길, 사랑의 길」)라고 증언한다.

이외에 시인이 뛰어난 사회학적, 고고학적 감식안으로 과거의 생을 현생으로 복원시키고 있는 「지방무형문화재 제29호」 「읍소하는 남자」 「박차정」 등의 시편에서도 그가 지지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폭넓은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이 시대의 호모 심비우스를 자처한다. 호모 심비우스는 ‘공생하는 인간’을 뜻하는 말로, 인간은 물론 다른 생물종과도 밀접한 관계를 이어 나가는 인간을 뜻한다. 시인은 병들고 상처로 얼룩진 세계를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하면서, '한 밥상에서 아침을 먹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것을 함께 맞이'(「호모 심비우스」)하는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꿈꾼다. 자연이 자연으로 되살아나고, 다양한 동식물과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우연의 우연’으로 ‘그럴듯한 신화’를 만들 수 있는, 이제는 사라져 가는 삶의 조각들이 회복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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