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보호는 활용의 첫걸음

지난 13일부터 익산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에서는 2021년 세계유산 축전이 시작되었다.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는 이 축전은 ‘찬란한 유산, AGAIN 백제로’라는 주제로 익산, 공주, 부여 등에 소재하고 있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에서 개최된다.

세계유산 축전은 우리나라 세계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세계유산을 무대로 각종 전통공연과 체험, 영상상영 등으로 꾸며지는 문화재 활용사업이다. 올해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안동 하회마을, 수원 화성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일대에서 차례로 진행되는데, 축전의 핵심은 이들 세계유산을 잘 활용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에서는 백제와 익산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디자인을 활용한 조형물 전시, 미륵사 창건을 다루는 공연, 익산과 백제 관련 인문학 콘서트, 백제 역사 주제 참여형 연극과 모바일 AR게임, 미륵사지 연지와 왕궁리유적 후원으로 떠나는 별빛마실을 풍요롭게 해 줄 버스킹공연과 아트마켓이 그것들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해가 뉘엿뉘엿지는 늦은 오후부터 시작되는데,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의 은은한 야경은 이 축전을 한층 격조높게 빛내줄 것이어서 기대가 자못 크다.

사실 10여년전 만하더라도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은 ‘야경’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조금 민망한 곳이었다. 품 넓은 미륵사지의 낮은 내가 안고 있는 모든 고민과 아픔을 모듬어 줄 것 같은 매력을 뽐내었지만, 칠흙같은 어둠이 감싸고 있는 밤이 되면 다가가기 어려운 낯선 곳이 되었다. 왕궁리유적도 그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어둠과 함께 사라졌다 아침이 되면 말간 얼굴로 나타나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던 곳이 점차 보존 정비되고, 야간 조명시설도 갖추어지면서 낮 뿐 아니라 밤 마실도 책임질 수 있는 아름다운 명소가 되어갔다. 유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고, 유적의 곳곳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곳이 지닌 가치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보고, 그 문화를 향유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져 갔다. 그 마음들이 모아지면서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에서의 문화유산활용 프로그램도 다양해져 갔다. 그리고 이제 세계유산 축전이라는 이름으로 백제문화를 맘껏 알릴 수 있도록 활용되는 유산이 되었다. 결국 문화유산의 활용은 제대로 된 보존과 정비, 보호가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유산 활용의 첫걸음은 유산의 보호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에 들려온 왕궁리유적 주변 문화재 보호구역 신규 지정 소식은 왕궁리유적이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하는 기대를 마음껏 품게 한다. 1400년 전 찬란했던 백제 왕궁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어 세계유산도시 익산의 품격을 높여주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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