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희(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입추(立秋)가 지났다. 24절기 중 대서와 처서 사이에 드는 열셋째 절기인 입추는 가을에 들어선다는 뜻대로, 지금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로 여겼다.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지났어도 여전히 무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전 세계가 아직까지도 코로나 19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로 감염병의 위기에서 벗어나 모든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인류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직면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지식과 정보의 유통기한을 단축할 것이고, 근로 형태 및 직업군이 다양화될 것으로 본다. 이런 사회가 되면, 기존의 학위, 자격의 효율성 또한 감소할 것이며, 직업 간, 계층 간의 이동성 저하로 양극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기도 한다. 일부의 의견일 수도 있겠지만 간과할 수는 없다고 본다. 급격한 사회 구조 및 직업 세계의 변화, 특히 코로나 19 감염병 유행 등으로 인해 인간 고유의 창의적 상상력, 공감 능력 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것은 미래사회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는 학령인구 및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를 초래하여 인력이 부족해지고, 지역 공동화 현상 등으로 결과적으로 국가 성장잠재력의 약화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모든 학생의 잠재력과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가 경쟁력 강화 및 지역혁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책 중의 하나가 고교학점제이다.
교육부는 ‘2025년, 포용과 성장의 고교교육 구현’의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지난 2월에 발표하였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서,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 자기 주도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는 2018학년도부터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과 지역 단위 고교학점제의 모형을 만들어 왔으며, 2020년부터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51개교)에 우선 도입하여 운영 중이라고 한다.
2025년부터 전체 고교에 전면 적용을 앞두고 있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일선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대립하여 제시되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지니고 있는 장점으로는 진로와 적성에 맞게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으며 학생의 자율성과 결정권, 자기 주도 능력을 길러 줄 수 있음을 들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단점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진로를 결정하는 큰 부담감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일선 교사들은 학교 현장의 제도 이해 및 여러 가지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학생 선택 및 자기 주도성 강조가 교육의 결과를 온전하게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고 있다. 대입을 위한 교육환경이 해소되지 않고 경쟁 위주의 교육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고교학점제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과, 대입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고교학점제 시행은 지역별, 학교별, 학생별 격차를 키워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또한, 다른 정책에 비해 고교학점제 정책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 또한 높지 않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이러한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의 변화, 교사 수급의 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과 합리적인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대변화가 시도될 때마다 우리가 늘 강조하고 있는 것이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이다. 우리 교육의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서 학생 맞춤형 교육을 통해 잠자는 교실을 깨울 수 있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며,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원하기 위한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실천하는 고교학점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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