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은 매미 소리와 함께 깊어간다. 더우면 더울 수록 매미의 존재감은 더욱 높아진다. 더위를 피해 모여드는 정자에 매미 소리가 빠지면 운치가 없다. 부채질에 시원한 매미 소리가 더해져야 그나마 더위가 가시는 듯하다. 매미는 여름 한 철에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더불어 산다.
매미 소리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시원한’이다. 한줄기 바람같은 매미 소리를 듣노라면 절로 시원해 짐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요즘 매미 소리는 시끄럽다. 특히 우거진 숲에서 떼로 울어대는 매미 소리는 귀청을 때린다. 그 작은 체구에서 어찌 그리 큰 울림을 만들어 낼까 의아하다. 매미의 일생을 알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매미는 여름 한 철 살고 간다. 찰나같은 그 생을 살기 위해 땅 속에서 약 5~7년 정도를 기다렸다 땅으로 나온다. 그 것도 천적을 피해 밤 중에 몰래 나무에 올라가 껍데기를 벗고나서야 매미로 태어난다. 기다려 온 인고의 세월에 비하면 서러운 탄생이다. 하지만 서러움을 느낄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다. 한달 남짓의 여름 동안 종족 번식이라는 숙명의 사명을 완수 해야한다. 작은 몸통이 부서질지언정 최대한 큰 소리로 암컷을 불러 짝짓기를 해야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여름이 깊어 갈수록 매미는 마음이 더 급해진다.
수컷 매미는 배 안에 발성 기관이 있다. 등판 밑에 있는 발음근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진동시키면서 음파가 공명실을 울려 소리를 낸다. 최대한 큰 소리를 내기 위해 수컷 매미는 몸의 절반을 텅 빈 공명실로 비워둔다. 자기가 내는 소리에 귀청이 터질까 봐 아예 스스로의 청각 기능을 꺼버린다 하니 종목 번식의 과업 달성을 위한 처절한 자기 진화다.
짧은 생의 절박함 때문인지 매미는 긴 여름 해도 모자란다. 밤에도 불빛만 있으면 울어제끼며 애타게 암컷을 찾는다. 가뜩이나 폭염에 지친 사람들의 눈총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 여름 매미가 우는 소리는 한가한 노래가 아니다. 비록 자연이 그들에게 준 한 달의 짧은 기간이지만 온 힘을 다 해 할 일을 해내려는 절박한 몸부림이다. 어떤 매미는 땅속에서 17년동안 기다렸다 나온다 하니 그들에게 주어진 한달의 생은 너무 가혹하다. 그러나 그들은 불평하거나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려 하지 않는다.
나무에 달린 덧없는 매미 허물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10달의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와 100여 년을 살 수 있는 천운을 누리는 우리는 얼마나 최선을 다 하며 살고 있는가? 매미 소리는 인간에게소음일지언정 저들에게는 삶의 전부다. 그조차도 못들어 주는 옹졸한 만물의 영장은 아니지 않은가?
/권영동(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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