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 김익두 (전 전북대 교수)
늘,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자가 입버릇처럼 강조해 말하곤 하는 소리를 오늘도 또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전주에 50여 년을 살아온 팔자로서는, 누가 주목해 듣든 말든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자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것, 그것은 누가 뭐라 해도 비교-상대우월적인 ‘문화-다양성’의 차이란 것이다. 어떤 개인이든 어떤 단체든 혹은 그 어떤 지역이든 간에, 오늘날 우리 사회를 (넓은 의미에서) 문화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이 차별화된 ‘문화-다양성’이다. 어느 매스컴 방송에서 어떤 각별한 음식점을 보도하게 되면, 천리를 멀다 아니하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른바 ‘맛집’만 생각해 보아도 이에 대한 이해는 간단히 입증된다.
이런 마당에, 우리 전라북도의 수도 전주시는 그동안 시 나름의 이런저런 ‘전통문화’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동안 전주시 나름으로 찾아내고 개척해낸,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는 과연 몇 가지나 되는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떠오르는 것이 별로 없다.
최근 들어, 전주시가 무슨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되었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전주시가 그동안 늘 자랑해온 ‘비빕밥’과 ‘콩나물국밥’ 이외에,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무슨 차별화된 음식을 새로 ‘창의해’ 왔다는 것인가. 그나마 이젠 비빕밥 · 콩나물국밥도 이미 전주의 그것이 아니라 전국의 그것이 되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차별화된 음식은 이젠 전국의 어느 전통도시에나 다 있다. 심지어, 전주 문화-관광의 가장 기본 콘텐츠인 ‘전주팔미’ · ‘전주팔경’조차 전주 문화관광의 기본 콘텐츠로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한심하기가 그지없다.
한때, 전주가 전주한옥마을을 가지고 전국적인 인기를 누려온 적이 있고, 지금도 그 여파가 조금은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문화-콘텐츠는 애초부터 전국적인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문화-콘텐츠가 아니었다.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한옥들은 향교를 비롯한 두서너 곳을 제외하곤 모두 다 100년도 안 된 근대에 지은 근현대식 한옥들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옥마을’이 도대체 몇 백 년 된 기와집들이 즐비한 경주 ‘양동마을’, 그 지역 주민들이 그 오랜 전통을 잘 이어받아 지니고 살고자 하는 전통 한옥마을 같은 곳들과 어떻게 경쟁이 될 수 있겠는가.
전주시는 과연 전국적으로 어떤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들’을 갖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이제 진정으로 우리 자신들을 되돌아 보아야만할 때가 되었고, 차제에 우리는 이런 질문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한 가지 새로 추가된 것이 있다면, 아마도 오랜 동안의 염원이었던 ‘전라감영’ 건물의 북원이다.)
그동안 전주시가 주장해온 우리나라 제일의 ‘전통문화도시’란 말은 어찌 보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다른 지역 전통도시들도 이런 정도의 전통문화 콘텐츠들은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문화-콘텐츠들을 다른 도시에 비해 좀 더 재빨리 현대식 문화콘텐츠로 개발했다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좀 더 멀리 보면, 이런 문화-콘텐츠들은 문화-콘텐츠로서의 비교-우월적 가치를 이제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전주라는 전통지향의 도시에서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전통적인 오랜 마을문화나 아기자기한 골목들과 같은 좀 더 전통적인 문화-콘텐츠들이 아니라, 전통을 무자비하게 때려 부수고 하늘높이 치솟아 오르는 현대식 아파트들뿐이다. 최근 들어, 전주한옥마을 인근 신석정 고택이 있는 지역에도 새로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이다. 이로 인해, 그나마 중요한 이 지역 문화-콘텐츠였던 신석정 고택도 사라지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지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전통문화를 중심 문화-콘텐츠로 해서 전주를 전국 최고의 전통문화 도시로 만들겠다는 전주시의 선전표어와 이런 개발 방향이 과연 합리적으로 이치에 맞는 것인가.
전주시가 이러고 있는 동안, ‘전통문화도시’로서의 전주는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암에 걸린 환자처럼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이런 암에서 회복될 수 있는 전통문화도시로서의 유일한 길은, 이런 암을 가져온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고, 하루빨리 그곳을 새로 보충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살과 뼈로 채워 나아가는 것이다. 전주시를 ‘전토문화도시’로 가꾸어 나아가려 한다면 말이다.
또한, 이런 일들의 가장 기본이 되는 최우선적인 것은, 전주지역의 다양한 전통문화 콘텐츠들이 아주 더 소멸되어버리기 전에, 반세기 이상 무관심 속에 처박아 놓은 ‘전주시-종합문화지’를 이제라도 방대하고 자세하게 새로 수집 정리해 만드는 것이다. 이 작업이아말로, 전주시의 다양한 전통문화 콘텐츠 토대들을 가장 기본적으로 확보하는 최우선 근본 처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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