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종(전북 창조경제 혁신센터 이사장·전 원광대학교 총장)
‘척하는 정치’가 민생을 망친다. ‘척하는 모든 행동’은 인생을 망친다. 공부를 하는 척만 하는 학생은 실력이 좋아질 수 없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볼 때 공부하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지 공부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가 되려는 사람이 훈련 하는 척만 한다면 역시 선수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정치가 들이 민생(民生)을 아는 척만 하고 실제로 민생을 살리는 정책 활동을 하지 않는 나쁜 습관이 수십 년 간 고쳐지지 않는다.
군사정부가 끝난 뒤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규제철폐’라는 말을 대통령과 국무총리부터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나왔다. 그것이 나라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도 나라경제의 과제는 규제 철폐다. 나라경제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척’만 하고 ‘실행하는 척’만 해 왔기 때문이다. 정치가들, 공무원들은 나라의 문제,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경제 발전, 교육 발전, 문화 발전 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법은 만들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과거의 행정관행을 그대로 답습한다. 규제와 통제를 중심으로 하는 관행이다.
정치가와 공무원들은 왜 ‘척하는 정치’, ‘척하는 행정’만 하는 것인가? 나라사랑하는 열정이 없어서 인가? 나라경제를 살리는 사명감이 없기 때문인가?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더 많은 수의 정치가나 공무원들은 나라사랑의 열정이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왜 ‘척하는’ 정치와 행정으로 떨어지는가?
그 이유의 하나는 이것이다.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직책의 임기가 너무 짧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새만금 사업을 보더라도 그렇다. 청장 임기도 짧고 담당 공무원의 직책도 자주 바뀌어 장기적인 정책 추진의 구도를 짤 수가 없다. 대부분 정부 기관의 기관장 임기가 그렇다. 업무 파악하다가 보면 1년은 지나갈 것이고 남은 1년 동안 무슨 정책을 신념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창조적인 정책은 만들어 낼 수 없고 일상 업무만 관리하다가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창조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은 ‘하는 척’ 하다가 가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계획은 기자회견용으로만 쓰는 것이다. 기관장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수시로 바뀐다. 소신 있는 업무를 추진할 수가 없다.
선출직 정치가들을 보자. 시,군 의원, 광역의원, 국회의원들은 당선되어 임기를 시작하면 소속 정당의 결정에 따르는 ‘조직원’이 되고 만다. 자기의 신념을 펼치는 것을 소속 정당이 허용하지 않는다. 웬만한 신념이나 전투력이 아니면 소속 정당의 방향을 거스를 수 없다. 다만 다음 선거를 대비하여 유권자 관리에 정성만 다하면 된다고 본다. 애경사 챙기는 것 등이다. 공약이행 관리는 ‘하는 척’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긴다. 민생에 관심 갖고 있지만 상대 당의 방해 등,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고 변명하면 유권자가 이해해 준다고 믿는다. 이러이러한 발언을 했고 저러저러한 법안을 제출했다는 의정보고서를 만들면 유권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부의 공무원들도 관련 업무에 대하여 지나가는 손님처럼 일할 뿐이니 그들이 선출직 의원들을 독려하여 입법을 요구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척하는 정치’와 ‘척하는 행정’으로 말만 난무하니 들에 잡초만 무성한 것과 같다. 민생의 바다가 황폐화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본다. 공무원들에게 담당업무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임기를 늘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근무하는 부서에 관계없이 성과로 평가 받는 승진제도를 운영해주어야 한다. 이른바 ‘민생현장에서 일하는 부서’를 핵심부서로 평가하는 승진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선출직들에 대해서는 공약이행률을 공천 점수에 높게 반영하는 것으로 민생정치를 유도할 수 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도 공약이행률 90%가 넘는 국회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는 경우를 보았다. 유권자는 연예인 보는 것처럼 후보의 겉만 보지 말고 공약이행정도로 평가하는 정치 감각을 가져야 한다. 당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도록 유권자로서의 정치 감각을 훈련하여야 한다. 일차적으로 언론이 그러한 기회를 만들어 여론의 밭을 일구어 낼 수 있다. 신문사나 방송사가 자기와 친하지 않아도 공약이행률이 높은 정치가와 창의적 발상으로 성과를 내는 공무원들을 드러내주어야 한다. 언론이 나라 살리는 사명을 먼저 가져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가 이미 시작되었다. 이번 선거부터 ‘척하는’사람들이 자리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람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바꾸는 선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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