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정신 건강의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의 자살시도자는 최근 일 년 사이 4.7%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 자살시도자는 전년도 보다 33.5%나 증가했다. 10대 여성 자살시도자도 2016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우울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이들도 최근 3년간 20대가 가장 많았다. 게다가 작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률은 그 전해보다 43% 급증하였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코로나19 탓인 걸까?
지금은 위기 상황인 것이 틀림없다. 살아갈수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삶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꽃길만 걸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꽃길을 걸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떤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진흙탕 길을 꾹꾹 눌러 참고 있으면 될까? 섣부른 기대나 희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삶은 선택이다.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냐는 것이 삶을 판가름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이나 즐거움이 올 수 있다. 때로는 절망과 슬픔, 낙담과 괴로움이 찾아들 수도 있다. 피하고 싶거나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다. 이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은 반색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것들은 문전박대하고만 싶다. 그렇지만 그저 모든 것을 그대로 맞이해보라. 떼거리로 몰려와서 나를 몽땅 쓸어가 버리고 휘몰아쳐 와서 정신을 잃게 되더라도 그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보라. 괴로움과 아픔의 바닥까지 내려가 보라. 어두운 생각이나 후회, 수치까지도 웃으면서 맞이해보라. 그들을 안으로 초대해서 감사해보라. 이 모든 손님들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므로. 13세기 페르시아 시인인 잘랄루딘 루미의 시 ‘여인숙’의 내용이다. 매몰차게 거절하고 싶은 감정들이 바로 나인 것은 아니다. 늘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상황이 나인 것도 아니다. 나는 여인숙의 주인이다. 객들은 와서 머물렀다가 가는 존재다. 거부하거나 부인하면 객은 자신들이 존재를 잊어버린다. 객이 주인 노릇을 하려 드는 식이다. 오래 머물게 되면서 나는 그것이 곧 나라는 착각까지 하게 된다. 감정이나 상황의 파노라마들을 있는 그대로 맞이해보자. 이 모든 것이 내 영혼의 성장을 위해 보낸 손님이라고 바라보자. 성숙해지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고통의 과정을 겪게 되므로.
내 삶은 다만 내 것이 아니다. 내 삶의 주인도 다만 내가 아니다. 이 땅에 태어나게 하고 내면을 성장시키는 것은 오로지 내가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여인숙의 주인일 뿐. 원래의 집은 이 땅에 있지 않다. 원하지 않는 손님을 환영하고 부정에도 감사할 수 있다면 ‘극복’이라는 신비 속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신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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