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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매매계약서로 15억원 대출…심사 허점 파고든 사기행각 전말

농협 간부, 허위 계약서 알고도 대출 처리 심사 기피 위해 대출금 분할 신청 지시도

지난 2017년 1월께 전북 한 농협 지점장 A씨는 대출브로커 B씨와 함께 부안을 방문했다. 토지담보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방문이었다. 현장을 방문한 A씨는 “대출을 책임져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대신 해당 토지 800평 중 200평(2억5,967만원 상당)을 줘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고, 같은 해 3월6일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대출 목표는 약 15억원. 토지를 넘겨받은 A씨는 토지 매매대금조작까지 지시하며 대출금을 받아냈지만, 법의 심판은 피하지 못했다.

전주지법 11형사부는 지난달 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된 A(46)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선 피고인은 A씨 등 총 5명이다.

1심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15억원의 대출을 받기 위한 이들의 첫 작업은 매매대금을 16억원 가량 부풀린 허위 계약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농협중앙회 여신업무 규정에 따르면 부동산 매입자금 지원을 위한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대출가능금액이 실제 거래가격을 초과할 수 없다.

해당 토지 매매대금은 10억3,870만원으로 이 규정에 따르면 15억원 대출은 불가한 일이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오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를 전달받은 부동산개발업자 C씨는 부동산매매계약서 매매대금란의 금액을 15억9,800만원으로 조작했다.

대출을 받기 위한 서류가 만들어지고 나서 세운 두 번째 계획은 2차례에 걸쳐 대출을 신청하는 것이었다. 10억 미만 대출일 경우 대출심사위원회가 개최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조작된 매매계약서로 받은 대출금액은 총 14억4,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공동투자자에 불과하고, 대출을 처리해 주는 대가로 받은 게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설령 대출을 처리해 준 대가로 보더라도 토지 매매대금보다 4억원 가량 많은 채무를 부담하게 돼 금품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동투자자가 아닌, 대출을 대가로 해당 토지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출을 대가로 토지의 지분 200평을 요구하고 이를 취득했다”며 “피고인은 B씨와 C씨에 대한 대출과정에서 매매대금을 허위로 부풀린 계약서가 제출됐다는 점을 알면서도 대출을 실행하는 등 부정한 업무처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교란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와 사회 전체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행위로서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현재 검찰과 A씨 등은 각각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한 상태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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