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건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그럼 당연하지. 너의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진심으로 존중해. 직장 칼퇴하고 집에서 드라마 보면서 맥주 마시고 쉬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 말들도 존중해. 휴일에는 가까운 여행지에 맛 집도 찾아다니고, 날 잡아 낚시와 캠핑도 하면서 인스타에 사진과 영상 올리면서 안내하고 삶의 여유를 갖는 일도 존중하지. 이런 여가활동은 내가 너무 못하고 즐기지 못하는 일이어서인지 솔직히 부럽기까지 해. 직장일은 네가 말 한데로 월급 주는 만큼만 일하면 되지. 땀 흘릴 필요 전혀 없다는 그 말도 이해해. 야근이나 주말에 일을 하면서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 공부를 따로 하거나 주도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하는 일은 월급 받는 일이 아니니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말도 존중한다.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하는 교사로서 청소년지도사와 상담사로서 직장에서 그 시간동안 월급 받는 일만 하면 되지 귀가 후까지 아이들에 대해서 그렇게 고민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말도 존중하지. 일과 휴식, 여가를 철저히 분리해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고 했지.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기관에 관장, 교장 등 대표 되어서 편하게 사무실에 꽃과 화초 기르면서 결제나 하고 10년, 20년 조용히 월급 많이 받고 그리 살고 싶다는 이들까지 있더구나. 이 말에 대해 존중은 하지 못하겠다만 말릴 수는 없겠지.
살면서 많은 선후배들 보게 되고 이 바닥뿐만 아니라 타 영역에서 일을 하는 분들 만나왔다. 언론과 책에서도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 그 많은 분들 중에 자신의 업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있더라. 일에 열심을 내면서 만나는 이들과 감동하며 감사하는 분들이었어.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존경을 받는 사람들은 네가 원하는 것처럼 사는 사람은 본적은 없어. 내가 한쪽 눈을 감고 보는 거여서인지는 모르겠다만 정말 그랬다.
직장 칼퇴하고 집에서 드라마 보면서 맥주 마시고 쉬는 일 대신에 학교나 청소년기관에서 일하다가 청소년들의 고민 만나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귀가 후에 논문과 자료도 찾아보고, 지역에 관련 전문가들 만나면서 네트워크도 하고, 사업이 끝나면 보고서뿐만 아니라 나름의 대응 방안도 고려하면서 자기 글을 쓰면서 사회에 공유하는 사람도 있다. 인스타와 페이스북 여행지나 쉼에 대한 글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관련한 깊은 이야기를 교감하고 나누면서 소통하면서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사람들도 있지. 일과 여가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여.
직장일은 월급 주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했지. 그런데 월급 주는 사람은 월급 받는 사람이 그 만큼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쉬는 날에 내가 행하는 업무에 대해서 주도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공부하는 일은 월급 받는 일이 아니니 안한다고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런 모임과 조직 하면서 자신의 일에 대해 더 깊이 감사하고 감동하면서 성장하기도 하더라. 귀가 후에 내가 맡은 일을 전혀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고는 있다만 우리네 일들이 그렇게 칼로 무를 베어 내듯이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 청소년을 만나는 일 뿐만 아니라 의사나 엔지니어 등 대부분의 모든 직업이 그렇다.
한 가지 고민해 볼 지점이 있어. 지금 내가 행하는 일이 하루 중에 가장 집중하고 활발할 때 참여하는 과정이거든. 이 일이 맥주 마시고 드라마 보는 여가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내 자신이 비참해 지더라. 기관장 되어서 사무실에서 꽃에 물이나 주고 자기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만,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그리 지내지 않는단다. 그런 삶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월급 더 주고 그렇게 살라고 해도 그런 삶을 살기는 싫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지는 모르지만 그 시간 동안에 내가 행하는 ‘일’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하고 연구하고 활동하면서 나름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거든. 이 땅에서의 삶은 어차피 한번뿐인데 역설적으로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꽃에 물이나 주는 삶이 편하다고? 설마?
그럼 ‘잘 산다’는 것이 뭐냐고? 나도 잘 몰라. 정말 모르겠어.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겠다. 내가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과 그 과정 가운데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 상당 부분 일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눈은 뜨는 순간 피곤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힘겨운 적도 많지만 그럼에도 나의 일터에 나름의 가치와 소신과 철학과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믿고 행할 수 있는 그 어떤 일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만큼은 멋진 것 같더라.
반복하지만 ‘워라벨’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야. 다만 내가 행하는 일터의 일이 나름의 의미가 있도록 행하는 과정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설명하는 거야. 드라마 한 두 편과 맥주 한잔을 내 하루 일상과 바꾸지 마라는 거야. 내가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고 있다니 나도 꼰대가 되어 가나봐. 스물아홉이라고 우기는 어거지 청년 꼰대. 그만해야지. 오늘은 종일 이웃 동네 돌아 다녔더니 피곤하다. 안녕. 나도 넷플릭스 보러 집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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