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실무능력 갖춘 신입 어디 없나요?” 요즘 산업현장의 공통적인 하소연이다. 학교나 훈련기관에서 실시하는 전통적 직업훈련교육을 통해 검정형 자격제도를 취득한 인력이 막상 산업현장에서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현장이 요구하는 능력과 자격 취득자 역량의 차이, 이른바 인력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것이다. 산업이 급속도로 고도화되고 기술이 전문화·세분화되면서 인력 미스매칭은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으며, 기술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하게 하기 위한 선결 과제가 되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러한 산업현장의 인력 미스매칭 해결을 위해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를 2015년에 도입, 올해로 7년째 운영하고 있다.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설계된 교육·훈련과정을 체계적으로 이수하고, 내부·외부평가에서 일정 합격기준을 충족하는 교육·훈련생에게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장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시작되었으며, 기존 검정형 자격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 국가기술자격이다. 또한,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는 노동시장의 현장성을 제고하고, 교육·훈련과 노동시장의 연계를 한층 강화했다. 이를 통해 직업교육훈련의 내실화, 산업현장의 수요 반영, 자격검정방법 다양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암기 위주의 시험을 통한 검정형 자격만으로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능력을 100% 충족시키기 어렵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을 재교육하는데 평균적으로 훈련시간은 18.3개월, 교육비는 5,959만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또한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취업준비생의 직무능력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부족해 이를 준비하기 위한 무분별한 스펙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평균 스펙이 5.2개, 스펙을 쌓기 위한 휴학이나 졸업 연기 비율은 9.4%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교육과 산업현장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직업훈련교육과 자격 간 유기적 연계를 강화하여 현장 맞춤형 우수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호주에서는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를 1995년부터 도입하여 시행 중이다, 교육·훈련생은 개별훈련기관에서 내부평가를 통해 과정이수 시 이수증명서(AQF)와 학습자 고유코드를 발급받으며, 이를 통해 생애동안 이력관리가 가능하다. 영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학교의 학위, 학생이 취득한 자격증, 근로자가 취득하는 자격증을 포괄하고 자격 간 긴밀한 연계를 통해 직업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증된 교육·훈련기관에서 수료생 중 자격취득 희망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방법의 평가를 통해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는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 운영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기술자격 542개 종목 중 2021년 현재 167종목이 검정형 자격과 과정평가형 자격을 병행하여 시행되고 있으며, 공단에서는 「과정평가형 자격 확산을 통한 실력중심 사회 구현 및 일자리 창출 지원」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2022년까지 과정평가형 자격 취득자를 검정형 자격 취득자의 10%(약 6만 명)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과정평가형 자격제도의 확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업계고, 전문대학, 폴리텍 대학 등 정규교육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실무능력을 갖춘 산업현장의 핵심인력을 양성, 배출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문 기술인력 양성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계고등학교의 과정평가형 자격 참여율은 2021년 현재 17%에 그치고 있으며, 전북지역 참여율은 9%로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업무에 대한 기피, 행정 업무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일선 학교에서 참여를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향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통해 학교교육과 자격제도의 연계가 완성되고, 직업능력 표준화를 통해 생애 이력관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볼 때, 과정평가형 자격제도 참여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는 이러한 정규교육기관의 현실적인 어려움 해소를 위해 체계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교육과정 설계·운영 맞춤 컨설팅, 연구수당을 비롯한 각종 예산지원 등을 통해 과정평가형 자격 확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정평가형 자격의 운영 성과는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과정평가형 자격 취득자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자격 취득 후 6개월 이내 취업률이 검정형 자격 취득자 대비 17.7%p 높게 나타났고, 취업 소요기간도 15일 정도 단축되었다. 또한 채용기업의 과정평가형 자격 취득자의 재채용 의향 비율은 70.2%로 높게 나타났으며, 유사업종 기업에 채용을 권유할 것이라는 응답 비율도 72.3%로 높게 나타났다.
앞으로 누구나 과정평가형 자격을 취득하면 동일직무 내에서 적정 수준으로 정당하게 인정받고, 기업에서는 신규 채용한 직원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래사회가 코로나19를 촉매로 디지털 대전환을 가져오듯, 기술자격제도 역시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를 통해 혁신할 것으로 생각한다. 제도를 견실히 운영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개선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기술 선진 한국의 미래를 빛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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