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에 부채 바람이 일다’ 부채로 문화를 소개해요

20여 년 동안 부채를 수집한 '부채덕후' 이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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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동안 부채를 수집한 이정옥



전주 개성삼계탕 ‘예우랑’은 전주의 특색을 아주 잘 살린 가게다. 실 내장식도 한옥 스타일 기반으로 삼계탕 전문집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는 부채박물관처럼 다양한 닭 그림의 부채들이 주러리주러리 장식이 되어 있다. 마당 한켠에는 정자도 있고 연못도 있고 풍경 소리도 ‘솔~솔’ 다육이들도 봄날의 나른함을 잘 이겨내고 있다. 지난 2일 20여 년 동안 부채를 수집하고 있는 이정옥의 집이 자리한 전주 덕진구 대지마을서 그녀를 만났다.[편집자]



△부채덕후인가. 부채를 수집한 지 20년이 됐다는데

바야흐로 ‘덕후’의 시대다. 최근 좋아하는 분야에 몰두해 성공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덕후’란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어떤 분야에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과거 음지의 문화처럼 여겨지던 이미지를 탈피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다. 최근들어 성공한 ‘덕후’의 표본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포츠도 덕후 시대’한 책을 보았다. 이 책은 스포츠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덕후' 18명이 어떻게 ‘스포츠 덕질’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담았다. 미식축구 광팬에서 지상파 미식축구 중계 해설자가 된 이야기부터, ‘스포츠 덕질’로 인해 프로배구단에서 일하게 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고, 스포츠 분야로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은 어떻게 ‘스포츠 덕질’을 커리어와 접목시킬 수 있을지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나는 ‘부채덕후(德厚)’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선자장 방화선(전북도문화재 제10호)선생을 만나 태극선 등 수백점의 작품을 가게와 집에 놓고 보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당시 풍속유지선(단선)을 선물로 받았다.





△왜 하필 부채인가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한 줌 바람이 귀하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아마도 부채가 바람을 만드는 유일한 도구였다. 우리나라 부채는 형태상 크고 둥근 태극선 모양의 ‘반구(또는 방구)부채’와 접고 펼 수 있는 ‘접(摺) 부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접부채인 합죽선(合竹扇)은 왕 대나무의 겉대를 맞붙여서 만든다. 대나무 속대만 사용하는 중국·일본의 ‘접선’보다 튼튼해서 고려시대부터 나전, 금속, 칠, 옥공예 등과 접목돼 발전해왔다. 조선시대에는 신분에 따라 부챗살 수에도 제한을 뒀다. 왕실 직계만이 부챗살이 50개인 ‘오십살백접선’을 쓸 수 있었고 사대부는 사십선, 이하 중인과 상민은 그보다 살이 적은 부채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부채의 매력은 어디에 있나



우리나라는 단오절이 시작될 즈음이면 태양의 기온이 올라가 더위가 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조상들은 단오절이 되면 친구, 친척, 지인들에게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신분, 지위에 따라 부채가 다른 것도 있었다.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후백제 견훤 왕이 고려 태조 왕건 즉위식에 공작선 부채를 선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처럼 부채를 선물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서이자 미풍양속이었다. 합죽선의 유래는 박처사라는 선비가 우연히 접부채를 만든 것이 전주 합죽선의 시작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전주 감영 안에 선자청을 만들어 조정에 진상품을 냈고, 이것이 발전해 서화작가들이 그림, 글씨를 그리고 써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바람쐬는 평상에 앉아/ 밝은 달을 생각하며/달빛 비치는 집에서/시를 읊을 때 맑은 바람을 생각하도다/대나무 깎고 종이 붙여 방귀 부채 만든 뒤에는/밝은 달 맑은 바람이 이 손안에 있도다’ 라는 옛 조선 태종의 시처럼 부채로부터 위안을 얻곤 한다. 밝은 달 맑은 바람이 이 손 안에 있다.



△소장한 부채의 서화엔 작가가 따로 있나

-심성희, 송민호, 김옥금 등 작가가 방화선선생의 부채에 서화로 만들어내고 있다. 불교경전의 문구와 사군자, 수복강녕의 의미 등을 담은 다양한 선면 등 서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부채에 펼친 문인화 작품들은 고결함의 상징인 매란국죽과 함께 전주의 풍경 등을 화려하면서도 담백하다.



△부채가 문화상품은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뜨거운 삼계탕과 부채 바람은 서로 조화가 잘된다. 그래서 가게에 닭그림이 아주 많다. 맛잇는 음식을 맛보면서 여유, 문화, 힐링, 그리고 대접받는 기쁨이 더해져 반응이 폭발적이다. 복날은 장차 일어나려던 음기가 양기에 눌려 엎드려 있는 날이다. 복(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가을철 금(金)의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 더운 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는 뜻이다. 즉 여름철의 더위 기운이 다가올 가을철의 서늘한 기운을 제압해 굴복시켰다는 얘기다. 더위가 절정인 삼복(三伏), 즉 복날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하지 이후 셋째 경일(慶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 이후 첫째 경일을 말복(末伏)이라 한다. 경일(慶日)은 일진(日辰)을 정하는 60간지 중 경(慶)자가 든날을 가리킨다. 20일 만에 삼복이 들면 매복(&;伏)이라 한다. 하지만 말복은 입추 뒤에 오기 때문에 만일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면 달은 건너 들었다고 해서 월복(越伏)이라 한다. 삼복에는 더위에 지쳐 허해진 몸을 보하기 위해 개장국(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었다. 알 낳기전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 뱃속에 찹쌀, 밤, 대추, 마늘을 넣고 푹 끓여 먹는것이 연계백숙(軟鷄白熟)이다. 연계백숙에 인삼을 더한 것을 계삼탕이라 했다. 연계백숙은 언제부턴가 발음이 변해 ‘영계백숙’으로 바뀌었고, 계삼탕은 인삼이 흔해지면서 삼계탕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나린선 회원이라고 들었다

선자장 방화선선생의 제자들은 나린선이란 부채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다. ‘나린선’은 순우리말로 ‘하늘에서 내린 부채’란 뜻이다. 띠전은 매년 열린다. 나를 포함, 회원 모두 각자 자신의 개성과 전문성을 부채에 담아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나린선 회원들은 선자장의 도움으로 여러 다양한 기법을 활용, 자신들만의 작품을 만들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시도, 창의적인 작품 활동하고 있다. 방선자장은 고 방춘근의 장녀로 아버지를 이어 유년시절부터 단선 부채의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방선자장은 매 전시때마다 감각적인 단선 부채를 선보이면서 자신의 창작활동과 더불어 ‘나린선’ 부채 동아리를 통해 제자 육성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부채를 화폭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자투리천을 이용해서 부채를 만들었다. 어릴 적 본 이불을 생각하면서 색동이불을 탄생시켰다. 화려하고 참 예쁘죠 목단꽃도 포인트로 그렸답다. 부채를 모으는 취미도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한옥인 우리 집을 우선, 갤러리처럼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한옥집이라 작지만 신랑이랑 둘이서 지내기 좋다. 안방에는 민화그림 액자도 있고 가게에도 전시해놓았다. 주방도 전시장이다. 앞으로 그동안 소장한 부제로 전시회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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