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건추적, 700억 사기사건 왜?
“그날 현수막을 안 봤어야했는데”
지난 2019년 1월 운전을 하던 김모(57&;전주시)씨의 눈에 현수막에 쓰여진 글귀가 들어왔다. 현수막에는 “월 200만원 수익 보장, 노후생활 마련 위해 태양광 투자하세요”라고 써져 있었다. 전화를 걸자 업체 직원은 “사무실에 한번 방문하셔서 상담을 받아보세요”라고 했다. 상담을 받으면서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기가 아닐까?’. 의심도 해봤지만 직원이 하는 말이 거짓말 같지 않아 투자를 하기로 했다. 계약금 3,000만원을 입금하고 곧이어 중도금 7,000만원까지 모두 1억을 회사에 냈다.
얼마 뒤 직원은 강원도 원주와, 경남 창녕, 함양 등 계약한 부지 실사에도 데려갔다. 부지 매입을 마치고 토목 공사가 되어 있는 현장을 실제로 보니 의심은 사라졌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업체는 “곧 준공 된다”며 안심시켰지만 이런 일이 3~4번 반복되자 지난해 7월 사기가 아닐까 처음 의심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공사가 왜 안 되는 거냐. 해지할테니 중도금을 돌려 달라”고 했지만 돌려받지 못했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김씨 뿐만이 아니다.
한모(71&;경남 하동)씨는 “나이도 들고 집사람도 아파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노후를 위해 논을 팔아 마련한 돈 1억1,000만원을 투자했다”면서 “업체는 ‘곧 공사가 완료되니까 조금만 기다려라’고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사기혐의로 붙잡힌 대표의 구속소식이었다”고 했다. 이어 “조만간 피해를 본 사람들과 함께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 백 억원대 태양광 투자사기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수소문을 통해 서로의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전주덕진경찰서는 전주의 한 태양광 업체 대표 A(53)씨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부대표 B씨는 지난주 구속 송치됐다. 또 A씨의 아내와 직원 등 검거된 관련자 41명도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태양광 발전시설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볼 수 있다”고 800여 명을 속여 700억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업체는 전주시에 회사 본사를 두고 서울과 경기도, 경상도 등에 지점을 운영하며 전화나 현수막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피해자 상당수가 고령층으로 노후 대비를 위해 마련했던 자금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받던 A씨는 지난 10일 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20일 오후 전주의 지인 집 인근에 숨어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아내와 함께 잠적한 A씨는 전남 여수의 펜션을 돌며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은닉 재산 추적을 위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기소 전 몰수보전은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을 빼돌리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재산을 묶어두는 조치로 추후 법원이 유죄를 확정하면 해당 재산은 국고로 환수돼 절차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사건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전국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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