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면전(緬甸)

“면전국은 운남(雲南) 밖 먼 남쪽 나라에 있어 길이 매우 멉니다. 그들이 중국에 바치는 공물은 황금탑과 길들인 코끼리 8마리라고 합니다”(정조실록, 1788.8.12.)

미얀마를 1970년대까진 ‘버마’, 그전 조선과 청나라에서는 ‘면전’이라 불렀다. ‘면’(緬)은 ‘가는 실’을, ‘전’(甸)은 왕성 주위의 땅을 뜻한다. 중국 윈난 고원지대에서 봤을 때 거대한 지평선이 실처럼 펼처지고 그 먼 곳 곡창의 황금 불탑 사이로 코끼리 떼가 노니는 곳이 미얀마이다. 실학자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중국 열하에서 코끼리를 보고 “온몸을 꿈틀거리며 가는 것이 마치 비바람이 지나가는 듯하고 … 소의 몸뚱이에 나귀의 꼬리, 낙타의 무릎에 호랑이의 발, 짧은 털, 회색 빛깔, 어진 모습, 슬픈 소리를 가졌다”(열하일기)고 적었으니 바로 그 면전국에서 진상한 코끼리 아닐까 싶다.

1970년대 초반 미얀마는 축구로 아시아를 평정했다. 당시 ‘버마’ 국가대표팀은 제1회 ‘박스컵 아시아축구대회’(1971)에서 한국과 공동우승했으며 이후 2회, 3회 대회 준결승에서 연거푸 한국을 1-0으로 주저앉혀 버린다. 자신의 성을 붙인 대회에서 이태 연속 지자 독재자 박정희가 화를 냈다고 한다.

황금 파고다와 코끼리, 축구의 나라 미얀마가 피로 물들고 있다. 60여년 간 권력을 독점해온 군부가 그걸 놓지지 않으려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 이미 시민 2백여명이 죽고 2천여명이 다쳤다.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고 끌려간 이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40여년 전 한국의 5월과 닮은 꼴이다. 다른 게 있다면 아직까지도 광주에서의 ‘헬기 기총소사’ 등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한국과 달리 미얀마 참상은 시민들의 목숨을 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 덕에 비교적 소상하게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전해진다는 점이다.

천주교 사제들이 미사를 열고 조계종 승려들이 도심에서 오체투지 행진하는 등 미얀마에 유달리 연대하는 것은 우리도 그 아픔을 겪었고, 얼마나 아픈 지 알기 때문이다. 전주에도 현재 비전대 66명, 전북대 10명 등 총 81명의 미얀마 학생들이 유학중이다. 그들이 하루 빨리 민주화된 고국에 돌아갈 수 있길 빈다. / 임용진(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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