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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빛나는 졸업식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1년 02월 22일 13시21분
/권영동(객원 논설위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불렀던 졸업식 노래다. 남자인 내가 왜 형이 아닌 언니 뒤를 따라야 하는 지도 모르면서 그저 목청껏 불렀다. 씩씩하고 의젓하던 남학생도 2절쯤 가면 콧날이 찡해졌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한 심약한 여학생이 터트린 울음보 바이러스는 졸업식장에 순식간에 퍼진다. 나머지 노랫말들은 내내 훌쩍 거림으로 대신한다.

지금이야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졸업식의 의미를 이만큼 담아 낸 훈시 말씀도 없다. 아우들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과 친구들의 우정 더 나아가 새나라의 일꾼이 되겠다는 미래의 당찬 포부까지 졸업생에게 필요한 모든 교훈을 파노라마처럼 담아 놓았다. 졸업식은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그래서 화려하고 성대하다. 한 아름의 꽃다발과 함께 졸업장을 넣어 둔 원통형의 상장 케이스를 소중히 가슴에 안고 찍었던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을 보니 배시시 웃음이 난다. 졸업장 안에는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축하와 앞 날에 대한 축복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교장선생님은 항상 졸업은 또다른 시작이라는 말을 강조하곤 했다. 초등학교의 졸업식 노래가 시쳇말로 쪽팔렸던지 중학교 이상에서는 ‘오랫동안 사귀었던…” 같은 석별의 노래가 졸업식 노래로 불렸다. ‘올드랭사인’이라는 외국 곡을 빌어 온 것이건 만 그게 더 폼 나 보인 모양이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가수 ‘015B’의 ‘이젠 안녕’ 이라는 노래가 졸업 노래로 유행하기도 했다.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시대의 흐름을 적절하게 표현한 마지막 소절이다.

지금은 이 노래조차 부를 수 없다. 마스크를 쓴 선생님이 전해주는 졸업장이 전부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 한아름조차 줄 수도 없는 현실에 꽃집만 속타는 게 아니다. 코로나의 헤살로 대학교의 졸업식은 허수하기 짝이 없다. 아니 슬프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이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해야 할 친구들은 내가 넘고 가야 할 사회의 경쟁자다. 빛나는 졸업장은 취업의 스펙으로 쓰기엔 너무 약해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 난에 졸업식은 차라리 사치다. 코로나 핑계로 졸업식이 생략되어 차라리 낫다는 청년의 씁쓸한 농에 가슴이 아린다. 마스크를 쓰고도 여전히 부를 수 있는 빛나는 졸업식 노래가 있을까? 1946년 6월에 졸업식 노래를 세상에 내 놓았던 윤석중 선생에게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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