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우리말의 착시(錯視) 현상

모든 사물의 형상은 바라보는 위치와 방향과 심리상태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의 말(언어)도 그러하다. 어떤 장소에서 누군가가 “여기 자리 있어요.” 라고 물어온다면 응당 빈자리를 묻는 것일 게다. 이럴 때 ‘없습니다.’ 아니면 ‘있습니다,’ 라고 응답할 텐데, 물어온 사람은 어떻게 해석을 할까? ‘자리’란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의미하므로 듣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반대의 상황을 물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단어의 의미로 “설사약”주세요. 했을 때, 약사의 입장에선 ‘설사약’이란 말은 설사를 ‘멎게’하는 약도 ‘낫게’하는 약도 된다.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어려움이 뭐였느냐고 질문을 하면 경어(敬語)의 사용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깊게 들어가다 보면 비슷한 말로 보이지만 어감(語感)이 달라 사용처의 구분이 힘들 때가 더 많이 있다.

속담에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일상에서 ‘아첨과 예의’의 구별이 상황에 따라 자기편리방법으로 변하듯이 어감이 달라서 그 상황에 딱 맞는 말을 찾느라 고민할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말을 함부로 하다가 신세를 망치는 사람들 또한 주위에서 흔하게 보아왔다. 지인의 흉을 보고 있는데 그 사람이 뒤에 서 있을 때, 그 두 사람의 표정은 어땠을까? ‘이웃집 누구 ’잘못하면‘ 길거리에 나앉겠더라.’에서 ‘잘못하면’을 ‘잘하면’으로 잘못 쓰다보면 빈정대는 말이 되어서 뒷날 그 사람을 봤을 때, 민망해질 수도 있다.

말이란, 외모가 비슷하게 닮아서 구별이 잘 되지 않는 쌍둥이처럼 비슷한 말로 보여도 어감에 둔하면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한다. 이처럼 말도 때로는 착시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차가운 음료를 내놓으면서 “식기 전에 드세요.” 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그냥 웃으면서 아마도 ‘예’라고 답해야겠지?

동물원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지만 모기장에는 모기가 살지는 않고, 칼국수에 칼은 빠져 있더라. 이렇게 말이란 여러 모양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드러낸다. 그 단어가 내재하고 있는 의미와 사용처를 분명하게 구별하여 사용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과 활용의 몫이다. 오른쪽이란 단어는 ‘옳다’에서 온 말이며, 유사어로는 바른쪽이다. 영어에서도 오른쪽(right) 과 옳다(right)는 같은 단어다. 북쪽을 향했을 때, 오른쪽은 동쪽을 가리킨다.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긍정의 공간이 되며, 반대로 왼쪽은 해가 지는 서쪽으로 ‘그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정치적용어로는 이념이나 사상의 선을 그어 좌파나 좌경(左傾)으로 구분한다.

오른손잡이가 거울 앞에 서면 왼손잡이로 보인다. 세상은 이렇게 뜻하지 않은 형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닮은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같지 않은 착상(着想). 착한 사람처럼 보였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이었을 때의 허탈감에서 스며드는 배신감은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언어는 음성이나 문자로 사람들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인간사회와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언어는 ‘나와 우리’를 먼저 나타내는 심리적인 원리가 내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일본과 축구시합을 할 때 우리는 ‘한일전’이라 하고 일본은 ‘일한전’이라 한다. 북한과의 회담을 할 때 우리는 ‘남북회담’이고 북한은 ‘북남회담’ 이렇게 주관적인 친소(親疎)를 담아 표현한다. 즉 가까이 있거나, 더 중요하거나, 관심이 더 있는 것을 먼저 표현하게 되는 심리현상이다. 여기저기, 이것저것, 자타(自他), 오고가다. 등 말(언어)은 그 사람의 마음을 투영시켜 표출하는 것이다. /김형중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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