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1년01월19일 20:07 Sing up Log in
IMG-LOGO

[오늘의길목]따뜻한 배려의 위력 !

이별. 질병. 갈등으로 몸과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울 때 박카스 한 병과 우루사
한 알을 잠든 어머님 머리 위에 살짝 놀고 간 따뜻한 배려! 평생 못 잊어.....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12월 02일 13시25분
IMG
/안 승 현(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이렇게 찬바람이 두 뺨을 스치는 12월이 오면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친정어머니의 따스한 사랑 냄새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몸살을 앓곤 한다. 맞벌이 하던 나에게 돌아가시는 날까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있고 시원한 김치를 담아 주시던, 하얀 눈이 흩날리는 초겨울 어머니의 자화상이 나의 뇌리를 스쳐간다. 딸아이를 가졌을 때 잘 먹어야 한다며 끼니때마다 불고기며, 따뜻한 국에 햇밥을 지어 주시던 그 정성과 감동은 지금도 나를 미소 짓게 하고 있다. 이북식 왕만두에 노릇노릇 잘 구워진 녹두 빈대떡은 명품 요리사인 실력을 뽐내기에 충분했고, 오늘처럼 출출한 저녁이면 마음껏 먹고 싶은 충동이 한없이 밀려오는 밤이다.

항상 공직생활로 바쁜 나에게 언젠가 어머님께서 툭 던지시던 말씀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어머님께서 우애가 깊던 외삼촌과 갑자기 이별하시고 몸이 아프고 지쳤을 때 서울병원에 가시면서 하룻밤 친척 집에 묵으셨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머님 머리 위에 박카스 한 병과 우루사 한 알을 놓고 출근한 조카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시면서 그 고마움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고 행복해 하시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서 회복하기 어렵다고 주위의 걱정을 한몸에 받으셨던 초라한 어머님의 자리에서 툴툴 털고 활기찬 새 생명의 에너지를 가득 담고 일어서게 한 박카스와 우루사의 따뜻한 배려! 그 위력을 나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나오미 아이젠버그”라는 심리학자가 논문을 발표한 내용에 심하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의 통증과 고통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의 이별. 갈등을 겪는 사람의 고통과 같음을 찾아냈고, 두 사람에게 통증.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진통제를 투여한 결과 상처 하나 없는 이별. 갈등을 겪는 사람에게도 똑같은 진통제의 효과를 가져온 사실을 접하면서 육체적으로 머리를 다치고 팔다리를 잃은 고통과 현재 이별. 갈등을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에도 동일한 진통제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되어 매우 신비스럽고 경이로왔다.코로나19로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과 이별, 그곳에서 빚어진 갈등들의 고통스러움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과히 짐작이 가는 현실이다. 우리 주위에 세상을 포기하려던 순간에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새 삶을 다시 찾은 사연들도 이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인 것 같다. 요즘 코로나19가 장가화 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심각한 우울증, 불면증, 불안감, 초조,공포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함에서 갑자기 맞이한 가족과 이웃들과의 이별과 혐오, 배제, 의심, 상실감 등 다양한 코로나 갈등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귀국한 학생이 혹시 확진자가 아닐까 해서 대화조차 꺼렸고, 외국인 노동자가 코로나 19를 전염시키는 원인 제공자로 오인 하지는 않았는지, 확진자를 마치 죄인 인 양 멀리하며,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았는지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사랑하는 부모, 남편, 아내, 자녀를 코로나로 떠나보낸 가슴 아픈 가족들을 위해 진정한 위로와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배려의 손길을 내밀었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반면에 먼저 나 자신에게 새겨진 깊은 상처의 흔적들을 싸매고, 다독여 주는 치유의 회복력을 나 자신부터 만들어 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힘들어하는 우리 이웃들에게 따뜻한 가슴으로 어루만져주고 토닥거려 줄 수 있는, 살피고 돌볼 수 있는 힘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저 나무 위에 무엇이 앉아 있느냐고 묻자, 아들은 “까치요”라고 대답했다. 또 물으신다. 저 나무 위에 무엇이 있느냐고, “까치라고요” 또 물으신다. “까치라니까요”하며 짜증스런 대답을 한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시던 어머님께서 아들에게 말씀하신다. 네가 어렸을 때 지금 아버지가 너에게 물어 본 것처럼 네가 똑같은 말을 여러 번 물어보아도 네 아버지는 웃으시면서 똑같은 대답을 10번이 넘도록 자상하게 알려 주셨는데…. 하시면서 펑펑 우시던 어느 어머님의 가슴 시린 사연을 영상을 통해 본 적이 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님·어머님께 “사랑한다고.” 전화를 걸어본다. 목이 메어 말문이 막히고,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죽어가는 생명과 영혼을 살릴 수 있는 기적을 다시 한번 상상해 본다. T.V에서는 어려운 임차인을 위해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착한 건물주, 명인 요리사가 직접 만든, 방호복 의료진을 위한 명품도시락 후원, 노숙자에게 나누어 주는 한 끼의 도시락과 마스크, 커피 사장의 자원봉사 등 숨겨진 영웅들의 배려가 살만한 세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에 뿌듯하기만 하다. 모든 지구마을,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희망과 사랑이 지속해서 피어 올라가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12월 초 친정 어머님의 기일에 박카스 한 병과 우루사 한 알이 담긴 곱고 예쁜 꽃다발을 어머님 산소에 바치면서, 힘들고 지친 이웃들, 그 누군가에게 나도 용기와 희망, 사랑이 담긴 따뜻한 배려의 위력을 전파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APTCHA Image [ 다른 문자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