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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창] 고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표상 일유재 장태수

진정한 지식인으로서의 삶, 그것은 시대의 아픔을 통감하는 것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11월 19일 13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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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 학예연구사 백덕규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인은 사이비요 위선자가 되고 만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나온 구절이다. 우리는 모두가 옳다고 믿는 보편적인 기준과,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만 자신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될 때 상당한 갈등을 하게 된다.

특히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겪었던 지식인들은 시대적 조류를 타고 자신의 안위와 출세를 택할 것인가! 옳다고 믿는 애국의지를 끝까지 지켜 험난한 삶을 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뇌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식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온갖 잡음 속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며 옳은 목소리를 낸다면 진정 나라를 위한 칼이 될 수 있으나, 자신의 안녕을 위해 탁한 물에 발을 담그며 스스로를 옹호하고 정당화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면 법정스님의 말씀대로 지식인이 아닌 사이비가 될 것이며, 위선자로서 나라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칼이 된다는 걸 우리의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약관 21세의 나이에 병과(丙科)에 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거쳐 경남의 양산군수로 부임했을 때에는 이 지방이 동남해의 요새지임에도 불구하고 방비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국비 5천냥과 사재(私財)5천냥으로 방비를 튼튼히 함 과 동시에 도탄에 빠진 민생에 힘을 기울여 부임 후 3년이 되던 해에 군민들이 송덕비를 세우려 했던 적이 있었다.

이에 선생은 “선치(善治)는 관직자의 의무인데 무슨 덕이 되며 나를 생각한다는 것이 도리어 군민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라며 제지하였다고 한다.

선생의 이러한 생각은 맹자가 말하는 “의(義)”와 부합되는 개념이다. 맹자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덕목에 있어서 “인”과 “의” 두 가지를 내세웠는데 ‘인’이 사람의 도덕성을 갖춘 마음이라면 ‘의’는 사람이 마땅히 가야 할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치에 있어서 ‘의’란 백성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1910년 한일합병이 되었을 때 민심은 동요되고 지식인들은 독립을 위한 날을 세웠다. 선생은 이에 통곡하면서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여 은둔생활을 하였는데, 일제는 민심을 회유하고 이간질시킬 간교한 수단으로서 명망 있는 인사들에게 ‘은사금’을 주는 등 지식인층을 흔들어 놓아 일제에 협조하는 층과, 협조하지 않는 층으로 대립하게 만들 속셈을 가졌었다.

선생에게도 헌병이 찾아와 은사금을 받기를 청하였을 때 선생은 “나라가 망하는 것도 차마 볼 수 없는데, 하물며 원수의 돈을 어떻게 받겠는가. 나는 죽어도 받을 수 없다.”고 쫒아버렸는데, 이후에도 연일 헌병이 찾아와 위협하며 은사금을 받기를 강권하였지만 선생의 뜻은 굽히질 않았다.

이후 선생은 “내가 두 가지 죄를 졌다. 나라가 망하고 임금이 없는 데도 적을 토벌하여 원수를 갚지 못하니 하나의 불충이요, 이름이 적의 호적에 오르게 되는 데도 몸을 깨끗이 하지 못하고 선조를 욕되게 하였으니 또 하나의 불효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이 같은 두 가지의 죄를 지었으니 죽는 것이 이미 늦었다."고 탄식하며 곡기를 끊고 단식을 결행한지 24일 만에 순국하였다.

관직에 나아가 백성의 편에 善治를 하고, 1905년 일본의 협박에 굴복하여 을사조약을 체결한 다섯 명의 대신들을 처벌해 달라 상소하였으며, 1910년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자 자신의 불충과 불효를 큰 죄라하여 단식하다 순국하신 일유재 장태수!

어찌 보면 그가 자책한 ‘불충’은 진정한 애국심으로 나라를 되살리라는 국민들을 향한 일침이었으며, 그가 자책한 ‘불효’는 수많은 국가적 위기를 의로운 신념으로 극복했던 우리조상들을 본받아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라는 일침이었을 것이다.

시대의 아픔을 통감한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올곧은 선비로서, 의로운 길을 걸으며 빼앗긴 들에 봄의 씨앗을 뿌리고 간 선생의 삶은 사이비가 아닌, 위선자가 아닌 진정한 지식인의 삶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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