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달그락] 과녁 맞추기

[이경민의 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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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서 실천한다면 ‘난 뭐든 잘 해낼 수 있을까?’고민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필요가 아닌 공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작은 동기를 말해보자면, 막연히 내가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취재 잘해보겠다고, 인권포럼 토론문 잘 써보겠다며 늦은 밤에도 질문하고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보며 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나에게 지식, 요령, 성찰, 역량 등등 어떤 것이 제일 부족한지,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어떤 작업이 필요할지 고민이었다.

최근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때는 저녁 8시경, 평소에는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청소년의 전화였다. 한시간여 이어진 통화에서는 그 청소년이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략적으로는 한 친구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상처를 받았고, 그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무엇을 해도 성공하지 못하고, 이뤄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자신을 자꾸만 좌절하게 만든다고 했다. 청소년이 말하는 두려움을 마주한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여기서 말을 잘못하면 더 상처 받는 것은 아닐까?”30분간 본인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니,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싶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례를 들어 상황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친구 아닌 누군가에게는 처음 꺼내본다는 말을 듣고, 그때서야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 감이 잡혔다.

전화를 건 청소년은 결국은 극복하고 싶다는 의지를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법인 듯 보였다. 그 청소년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작은 행동들을 묻고 정리해서 다시 말해주며 계속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할까 했지만 이미 두려워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또 다시 내가 틀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 아닐까.

"과녁을 맞추지 않은 채 그냥 흘러가는 얘기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들어줘도 상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이 옳다(정혜신)』 책의 한 구절이다. 대화를 오랫동안 하면서 듣는 사람이 애는 썼지만 상대는 공감이 아니라고 느끼는 대화를 지칭하는 문장이다. 감정과 정서가 개입된 주제에서 논쟁으로 상대의 마음을 설득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걸어온 청소년이 그래도 이렇게 통화나마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여기기로 했다. 그 친구의 어떤 감정에 과녁을 맞추어 대해야 할지도 조금은 감이 잡히니 고맙기도 했다. 과녁이 빗겨나가면 또 상처를 줄 수도 있지 않은가.

사랑이라면 무언갈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받아야 한다고 여겼던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의 쓰임을 잘 몰랐다. 과한 부담감에 물리적인 도움을 자꾸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마저 들었다. 우리가 함께 '삶의 어느 순간'을 보내고 있는 그 자체가 서로에게 삶의 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가볍게, 그러나 자세하게 서로의 마음을 보려 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 중 사랑에 대한 소회다. 그다음 필요한 건 뭘까.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채워나가는 일이 먼저이지 않을까. / 청소년자치연구소 이경민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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