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성남에서 수년전 음식점을 개업한 A씨는 가게 이름이 붙은 간판 옆에 ‘전주비빔밥’, ‘전주콩나물국밥’이란 홍보 문구를 넣었다. 손님들이 물어보면 “정읍이 고향이다”면서 “고향에서 전수 받은 비법으로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의 주재료가 되는 콩나물의 원산지에 대해서는 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 다만 그는 “우리 집은 좋은 재료와 맛으로 승부한다”고만 강조한다.
전주에서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하는 B씨는 수입산 콩을 원료로 한 콩나물을 쓴다. 그는 “국산과 수입산은 원가에서도 차이가 날뿐더러 손님들도 수입산을 선호하는 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수입산 콩으로 키운 콩나물은 대부분 통통하게 살이 찌지만 국산은 가늘어 시각적인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전주를 넘어 호남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에 대한 식품 안전성과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콩나물에 대한 원산지 표시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국산 콩 소비 촉진과 재배 면적 확대를 통한 농가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원산지 표시가 중요하다는 견해들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제·부안)은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료가 어디서 생산된 것인지도 모르는 음식이 지역을 대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현행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은 반드시 수정·보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콩나물에 대한 원산지 표시는 이를 재료로 한 음식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우리 농가에서 품질 좋은 콩을 많이 생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농협,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등 각계의 뜻을 모아 제도적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유전자변형(GMO)을 통해 생산하는 외국산 콩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콩나물의 원산지 표시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수입 콩은 GMO의 비중이 많은 반면, 국내에선 GMO 콩이 재배되지 않는다. 걱정을 하면 끝도 없는 논쟁이 붙겠지만 수입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지 않는 한, 적어도 국내산은 GMO로부터 안전하단 얘기다.
2019 노벨생리의학상 한국 후보로 추천된 ‘콩박사’ 함정희씨는 콩나물의 원산지 표시에 대해“모든 국민이 우리 콩으로 만든 제품을 먹어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각종 유해식품으로부터 몸을 해독하고 각종 바이러스로부터 감염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내에서도 먹거리를 걱정하는 이들이 콩나물 원산지 표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유네스코음식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 송재복 대표는 “음식점에서 원산지를 정확히 표시하는 것은 안전 식품 섭취는 물론, 재배 농가의 소득이나 일자리 창출과도 연계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식탁의 주요 음식을 국내에서 생산된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고유 음식의 맛과 특성을 살리는데 반드시 필요하고,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익명의 전주시 고위 관계자는 “콩나물 원산지 표시에 대한 여론에 대해 실무부서 협의에 들어갔다”며 “콩나물을 비롯한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 재료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우리 농가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권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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