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왕따 이야기

“개인의 인성과 정신이 건강해지면 엉켰던 갈등의 관계가 스르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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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왕따, 아웃사이더, 사차원. 나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초등학교 때, 교실에서 반장은 멜로디언 호스로 나를 내리쳤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운동장에서 줄을 설 때 아무도 나와 짝을 하지 않으려 했다. 수다를 떨며 떼 지어 몰려다녔던 기억이 없다. 누군가와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대부분 혼자 다녔고, 혼자 있었다. 나에게 세상은 맞지 않은 신발이었다. 너무 헐렁거려서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왜 하필 아이들은 나와 잘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을까? 왜 직장에서는 나를 표적에 삼으며 수군거리고 잘 끼워주지 않았을까. 어떤 곳에서는 환자가 맡겨 놓은 돈이 없어졌는데 사직하면서 내가 가지고 갔을 거라는 말까지 들은 적도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며칠을 끙끙 앓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그 말을 했던 사람을 꿈속에서 만나 먼저 화해를 청했다.

나는 왜 이렇게 인간관계가 좋지 못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내가 아웃사이더라서, 사차원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는 돌아가는 일에 재빨리 판단하는 현실판단력이 둔했다. 사리에 어두워서 속은 적도 많았다. 인간에 대한 혐오 때문에 도망가려고 한 적도 많았다. 아예 말문을 닫은 채로 살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은 내가 농아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내가 인간이어서 인간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사실, 사회에 속해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답답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이 세상보다 다른 세상, 사차원 이상의 세계를 동경했고, 초월 영성 서적들을 탐독했다. 그 노력은 그래도 값진 것이었다. 예전에는 도피하기 위해서 읽었지만, 지금은 그때 얻은 지식이 지혜로 발휘되고 있다. 나는 최근 상여소리로 새로운 심상 시치료 기법 하나를 만들어냈다. 죽음에 대한 인식은 삶에 대한 빛나는 자각이 된다.

인간관계가 엉망이었던 내가 살아남아서 치료사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헷갈리는 게 있다. 과연 내가 왕따를 당했던 게 맞았나? 외려 내가 세상을 왕따시킨 건 아니었을까?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다만, ‘세상에 있되 세상에 속하지 말라’라는 말씀을 늘 품고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인문예술로 접근하는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이라는 책을 펴냈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수영 가이드북이라도 낸 것일까? 아니다. 나처럼 인간관계가 비틀어진 사람도 이 땅 위에 살고 있다. 숱하게 상처를 경험했지만,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이제는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최승호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 삶의 이력은 ‘얼음’이었던 셈이다. 얼음이 녹아서 흘러가 바닷물과 만나는 경이로운 체험으로 썼다.

본의 아니게 ‘인간관계’ 수업을 벌써 삼 년째 맡고 있다. 수학 공식 같은 기존의 인간관계와 의사소통 교재들에 질려서 그냥 저지른 일이다. 시, 소설, 그림, 음악, 영화 총 17편의 작품들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예술작품은 워크숍으로 행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교재로 비전대 간호학과 학생들과 만나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인간이 가지는 갈등의 대부분 원인은 인간관계이다. 개인의 인성과 정신이 건강해지면 엉켰던 갈등의 관계가 스르르 풀린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생생하게 겪었던 인간관계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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