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먹레이킹 저널리즘

“검증되지 않은 폭로를 일삼는 무책임한 언론은 공리주의 원칙의 시각에서조차 비판에 직면한다”

국내 보수신문과 그들의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과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대장) 보도 내용을 보노라면 오래 전 미국에서 유행했던 '먹레이킹 저널리즘(Muckraking Journalism)'이 절로 떠오른다.

‘먹레이킹 저널리즘(muckraking journalism)’은 ‘거름더미(muck)’를 갈퀴로 ‘파헤친다(raking)’는 의미로, 옐로(선정주의) 저널리즘보다 한술 더 뜨는 무책임한 폭로 저널리즘을 지칭한다. 이는 1960년대 미국 언론사들 사이에선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취재원의 인격은 신경 쓰지 않고 쓰레기 더미를 갈퀴로 파헤치듯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먹레이킹 저널리즘'이 횡행했다. 진실 추구와는 거리가 먼 '흠집내기' 또는 '손봐주기', '꼬투리잡기'식 의제설정의 전형을 말한다.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갈퀴 저널리즘’이 될 수 있겠다. 한마디로 독자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관심을 끌기 위해, 취재원의 인격은 무시한 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도하는 저널리즘 행태를 비판적으로 정의한 말이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People′s Right to Know)’이라는 명제의 밑바닥에는 공리주의 원칙이 있다. 취재기자가 권력기관을 사칭하거나 개인의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피소까지 감수하면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찾아내 공중에게 폭로하는 행위가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도 바로 공리주의 원칙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과 백선엽 장군 사망 관련 보도에서 보듯 검찰이 슬쩍 흘린 정보를 확인된 사실처럼 보도하거나 공직자, 연예인 등 유명인의 신변잡기만 보도하는 언론이 일정부분 이에 해당한다. 품위 있고 책임 있는 언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명제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공리주의 원칙은 완벽한 윤리기준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고 하지만 국민이 진심으로 알고 싶어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서 ‘최대 다수’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소수의 행복은 늘 다수의 행복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독자의 단순한 호기심과 독자의 알 권리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국민의 알 권리를 핑계로 검증되지 않은 폭로를 일방적으로 일삼는 무책임한 언론은 공리주의 원칙의 시각에서조차 비판에 직면한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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