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연(서예가,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초빙교수)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한국의 서원’이 등재되었다. 이를 계기로 서원을 통해 조선시대 제향의식과 교육체계, 사회적 기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등재된 9곳의 서원중 전북지역에서는 정읍의 무성서원(武城書院, 사적 제166호)이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다. 무성서원의 역사는 고려시대 지방 유림의 공의로 최치원(崔致遠, 857~?)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생사당(生祠堂)을 창건하여 태산사(泰山祠)라 하였는데, 1483년(성종 14) 정극인(丁克仁, 1401~1481)이 세운 향학당(鄕學堂)이 있던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였다. 1549년(명종 4) 신잠(申潛, 1491~1554)의 생사당을 배향하였으며, 1630년(인조 8) 정극인·송세림(宋世琳)·정언충(鄭彦忠)·김약묵(金若默)과 1675년(숙종 1) 김관(金灌)을 추가 배향하였다.1696년(숙종 22) 최치원과 신잠의 두 사당을 병합한 뒤 ‘무성(武城)’이라고 사액(賜額)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전통의 보존과 역사적 가치에 의해 1868년(고종 5)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철(毁撤)되지 않고 존속한 47개 서원 중 전북에서는 유일한 서원이였다.
조선후기 서원건립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영조대에 1,000여개에 이를 정도로 난립하자 흥선대원군은 1864년(고종 1)에 이미 민폐문제를 구실로 사원에 대한 조사와 그 존폐여부의 처리를 묘당에 맡겼으며, 1868년과 1870년에 미사액서원과 사액서원으로 제향자의 후손에 의하여 주도되면서 민폐를 끼치는 서원에 대한 훼철을 명령하였다. 이어 1871년(고종 8)에 학문과 충절이 뛰어난 인물에 대하여 1인 1원(一人一院) 이외의 모든 첩설서원을 일시에 훼철하여 전국에 47개 소의 사원만 남겨놓게 된 것이다. 이때 전북 각 지역의 서원 또한 철거되었다가 후대에 다시 복원, 재건되어 전북의 얼로 이어가면서 보존되고 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서원으로는 전주시 반곡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11호)·황강서원 (전북문화재자료 제12호)·청하서원, 익산시 화암서원(향토유적 제15호)·화산서원·오강서원·백산서원,김제시 백산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158호)·삼현서원·남산서원·학당서원·지음서원, 군산시 봉암서원, 정읍시 도계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79호)·남고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76호)·창동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78호)·동죽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77호)·옥산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141호)·무성서원(사적 제166호)·노양서원, 남원시 창주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51호)·호암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55호)·용장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53호)·풍계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54호)·유천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52호), 순창군 지계서원, 진안군 주천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142호)·화산서원(향토문화유산:유형 제13호), 무주군 분양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161호)·백산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160호)·덕천서원, 장수군 창계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36호)·압계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35호), 임실군 영천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20호)·신안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22호)·주암서원(전북문화재자료 제21호)·효충서원·덕암서원·관곡서원·현주서원, 고창군 화동서원·운곡서원, 완주군 봉강서원·청하서원·구호서원·호산서원, 부안군 청계서원·반계서원·유천서원·계양서원 등이 있다.
이밖에 전북의 서원중에는 서원철폐령으로 없어졌다가 훗날 다시 건립되어 문화재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복원되지 못하고 그 유허지에 비문만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송시열을 배향했던 정읍의 <고암서원묘정비>(전북문화재자료 제81호)와 1580년(선조 13)에 건립하였던 전주의 <화산서원비>(전북문화재자료 제4호), 부안의 <옹정서원 위패매안기념비> 등의 많은 서원 유적지에서도 전북서원의 유래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요즈음의 시대에 과거 제향의례와 교육체계, 그리고 건축양식에 관한 문화재적 가치와 세계적 공인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 준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선현들의 철학과 사상, 그리고 문화에 관한 숭고한 계승과 보존이 우리의 얼을 지킬 수 있는 생명선의 하나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으로 인하여 대면접촉이 조심스러운 요즈음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 위치한 서원을 찾아 조상들의 숭고한 정신을 음미하고 향약을 통해 사회적 역할에 충실했던 공동체의식을 상기시켜봄은 어떨지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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