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백환(진안의료원장)
질병의 역사에서 산업혁명의 의미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인구의 도시집중이 심화되면서 시민들은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로 인하여 혹독한 시련을 겪었으며, 이어서 교통수단의 발달과 전쟁으로 인하여 호흡기 질환인 스페인독감이 미증유의 판데믹이 되어 온 인류는 대참사를 경험했다. 산업혁명으로 비롯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질병을 양적 질적으로 변화시킨 것이었다. 질병이 라이프스타일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알려지게 되었으나, 명백한 인과관계로 연계시키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산업혁명 당시 런던의 일부지역에서 콜레라가 만연했다. 이를 극복한 수단은 약이 아니고 위생 정책이었다. 1928년 항생제가 발명되고 나서 인류는 한동안 세균과의 전쟁에서 언제나 승리할 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20세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제약회사는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을 거의 포기하는 수준에 이른다. 이는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이 내성세균의 출현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던 사실 때문이었다. 인류탄생의 원점으로 돌아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바이러스와 세균은 인류공생의 기반이었다. 이들은 인류가 출현하기 전부터 이 땅의 주인이었다. 장내세균은 인간 영양과 면역의 핵심이며 더불어 진화해 왔고 이들이 없이는 우리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제는 오히려 오남용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서 생활습관 개선과 적정사용 쪽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시기이다.
20세기 초 독일에서는 질소비료의 발명으로 농업혁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어진 대 전쟁으로 인하여 처음에는 그 성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전기의 발명으로 축산물의 가공과 저장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으니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음식물이 넘쳐나게 되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암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유행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각국의 의료보험은 만성질환급여에 대한 부담이 위협적으로 증대되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WHO는 비감염성질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규정하고 그 대책들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는 지금 또 다시 판데믹이라고 하는 새로운 감염병을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 되고, 우리는 흥망성쇠, 영고성쇠를 거듭하는 그 속성을 잠시 잊고 살았다고 생각된다.
산업발달은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였으니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생태계에도 불가피한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과 인간 유전자와의 타협은 시간이 충분치 못했고 불일치가 누적되었을 가능성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보건과 환경 사이에 긴장은 점점 고조되어 왔던 것이다. 코비드-19는 이 사이를 비집고 마지막 경고처럼 나타난 것은 아닐까? 코비드-19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라고 한다. 바이러스의 변이로 인하여 동물에서 인간으로 종의 장벽을 넘는 감염이 일어나면 대부분의 경우에 이 바이러스에 대항할 능력, 즉 면역력이 없기 때문에 폭발적인 대유행이 되어 재난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생명체의 역사는 유전체의 역사이다. 그 내부에서 종간의 균형을 이루는 특별한 능력이 면역이며 이 역시 유전체를 통하여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 따라서 최근 하나의 건강(One Health)이라는 접근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과 동물, 환경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각자의 건강함이 서로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건 아닐까? 우리가 특히 기후변화에 더 관심을 두어야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타고난 면역력을 지키고 후손에게도 그 건강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 일상 속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원 헬스(One Health)’는 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그리고 2018년에도 우리 정부에서도 새로운 건강 정책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것이지만 코비드-19 시대에 더욱 그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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