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백환(진안의료원장)
고혈압이라고 하는 질병에 대해 역사적인 고찰을 해보자.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1882-1945)이 뇌출혈로 사망하기 전까지는 노인의 고혈압도 노화라는 일종의 생리적 현상으로 간주되었다. 사망 후에야 고혈압이 뇌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WHO는 1948년에 고혈압이라고 하는 일종의 상태(현상)를 질병으로 규정했다. 대통령 사후 불과 3년 만의 일이었다. 그에 대한 병태생리를 연구하는 것은 그 때부터 의학자들의 몫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읊은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은 존재의 본질과 의미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작품이다. 여기에서 이름(naming)의 의미는 무엇일까? 노화현상을 질병코드화 하면 유전자에 입력된 내용까지 의료화 되는 건 아닐까?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를 다음세대에 전달한다. 그 유전자 중에는 질병을 부르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유익한 인간의 장내세균이 우리가 사망한 후 우리를 해체하는 수단이 되는 것처럼 모든 생물체의 운명은 내재되어 있는 장치로 생각된다. 그리고 때가 되면 순식간에 역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내용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할 중요한 개인정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질병을 규정하고 명명하는 과정을 통하여 지나친 의료화는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의료화’는 명백하게 사회학적인 용어인 것이다.
필자는 2016년 의과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하면서 구글에서 ‘생노병사’를 일본어로 번역해본 적이 있다. 그냥 ‘생노병사’라고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어로 번역하면 ‘인생’이었다. 물론 영어, 불어, 독어로도 ‘인생’이라고 번역되었다. 생명현상을 질병으로 규정하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역전되는 건 아닐까? 그러나 진시황의 ‘불로장생’은 허망한 것이었고 다시 증명해야할 가치도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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