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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에난치오드로미

“극과 극으로 치닫던 상황이
반전이 일어나면, 합일로 가게 된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7월 09일 14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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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극과 극은 통한다. 양은 음을 품고 있고, 음 또한 그러하다. ‘모든 것은 언젠가는 그 역의 부분으로 들어간다’는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개념을 분석심리학자 융은 에난치오드로미(enatiodromie) 즉, ‘대극의 반전’이라고 했다. 정신이나 삶은 대극의 구조를 갖고 있다. 대극의 두 극 사이에는 부단한 긴장과 끊임없는 교환이 생겨난다. 이것이 정신이 지닌 자기 조절의 본질적인 측면이다. 극과 극으로 치닫던 상황이 반전이 일어나면, 합일로 가게 된다. ‘대극의 합일(coniunctio oppositorum)’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대극이 일어난 다른 상승한 지점에서 작용한다. 이를 융은 초월적 기능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인간에게는 대극의 합일이 일어나게 하는 근원적인 힘이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다. 그 힘을 심상 시치료에서는 ‘빛’이라고 부른다.

심상 시치료는 2011년에 학계에서 발표된 21세기의 패러다임에 맞는 심리 · 정신 치료이며, 감성과 감수성으로 행하는 통합 예술 · 문화치료이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이 새로운 치료 기법을 개발하면서 신나고 기뻤다. 이상한 말이지만, 힘들 때도 그랬다. 그렇지만 이 일을 위해 태어났다는 확신이 든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치료사의 핵심자질은 내면의 성장과 성숙이다. 그래서 내면을 가다듬을 수 있는 비결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해낸 것이 바로 글쓰기를 통한 고백이다. 내 인생의 가장 부끄럽고 밑바닥인, 치명적으로 치졸한 모습까지 들여다 봤다. 글 속에 등장하는 나이로 돌아가 쓰라리고 아프고 복잡한 감정이 울컥거렸다. 이 긴한 일기 같은 기록을 올해 갓 태어난 오도스출판사 대표가 보더니 이렇게 답변해왔다. ‘이야기 앞에서 무척 겸손해졌습니다. 아니, 사연을 가진 모든 삶 앞에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략) 거창한 희망을 이야기하며 끝나지 않았지만, 책장을 덮으며 나도 왠지 또 다른 희망의 빛을 찾아 힘차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적혀있었다. ‘오랜만에, 그것도 소설로 전투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출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립니다.’

원고를 보여주기 전, 나는 아무도 사지 않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건넸다. 대표는 오산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으로 돈을 벌지 못할 수도 있다. 무진장 아팠지만, 결국 죽지 않고 살아서 치료사가 되었던 이야기 따위에 흥미를 가질 이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이었던 내 삶, 대극의 반전으로 마침내 몽돌이 된 사연들을 내갈겼다.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고통과 갈등이나 부족함조차도 오로지 감사하다. 얼마나 감사한지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고독으로 사무쳤던 매 순간조차 혼자가 아니었다. 김하늘 출판사 대표의 답을 들은 그날 저녁,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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