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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미래] 임계장과 노인 일자리

“노인 인구수의 급증으로 여전히 부족한 일자리
일상 뿐 아니라 전문역량 발휘할 수 있는 활동 적극 발굴해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7월 06일 14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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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백승만 사무국장



지난 주말 오랜만에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샀다. 고무 장화를 신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양손에 든 노인의 뒷모습. 팔은 야위었고, 바지는 헐렁했다. 외롭고 적막한 모습이었다. 부제는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라고 씌여 있었다.

'임계장 이야기'.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63세인 저자 조정진씨는 공기업 정규직으로 38년을 일하다 퇴직하고 버스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고층 빌딩 주차 관리원 겸 경비원, 터미널 보안요원으로 일했다. 책 제목이 된 '임계장'은 그의 성을 딴 것이 아니라 '임시 계약직'에 노인 '장'자를 붙인 호칭이다.

공기업에 38년이나 다녔던 사람이 왜 비정규직의 막다른 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을까? 퇴직 후 조용한 삶을 원했던 그는 출가한 장녀와 로스쿨 진학을 앞둔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대출과 이자, 무엇보다 계획에 없던 아들의 교육비는 밥벌이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됐다고 한다. 비단 책 속의 임계장만의 일일까? 듣고 보면 다 가까운 우리들 주변 얘기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 한 분은 몇 개월 전에 대기업에서 희망퇴직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퇴직준비나 제2의 인생경력설계에 대한 막연한 생각으로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아직 몸도 건강하고 경력이 있으니 퇴직 후 중소기업으로 눈높이만 낮추면 금방 재취업할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중소기업에 취업하려고 보니 나이도 그렇고 원하는 직무능력도 대기업과 달라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생 자녀가 둘이나 있어 생활비, 교육비 등 돈 나갈 곳은 많은데 막막하다고 한다. 당장 취업이 어려우니 퇴직금으로 뭐라도 해야 하는데 요즘은 코로나19로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격인 1955년생이 올해 65세다. 자료에 따르면 5년후인 2025년에는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를 맞는다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돼 고령사회를 형성하는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는 약 900만 명으로 전 세대를 통틀어 인구 구성 비율이 가장 높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함께한 세대로, 현재 퇴직을 하거나 퇴직을 앞둔 노인층에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고령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령화사회에서 노인 노동력의 활용은 긴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노인들이 너무 가난해 생계 때문에 일을 해야 하고, 일자리의 질도 나쁘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고령화에 대한 맞춤정책도 필요하고 노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절실한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다녔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갑자기 퇴직하면, 더욱이 퇴직에 대한 준비과정도 없이 다시 구직시장에 나오게 되면 당연히 '멘붕'이 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퇴직 전 전직 준비 부족, 퇴직 후 생계의 어려움, 심리적인 압박 등으로 차근차근 재취업 또는 창업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낮은 임금, 불안정한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 수 밖에 없다. 안정적이고 활기찬 노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리 준비하고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또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오로지 재정적인 부분만을 생각하여 정작 본인의 적성과 그에 따른 재취업 계획은 전무한 상태이다.

퇴직하기 전 또는 퇴직 직후에 제대로 된 생애경력 설계프로그램을 통해 전직 지원을 받는다거나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것이다. 변화가 빠른 재취업시장을 혼자서 대응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정부의 각종 일자리 정책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재취업에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노인의 소득을 높이고 사회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노인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일자리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따라서 건강하고 근로의욕이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 퇴직자를 위한 교육훈련, 취업알선 서비스를 늘려야 할 것이다. 다양한 계층의 노인을 참여시키기 위해 노인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일상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전문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사업 내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겨울가면 봄이 오듯,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인생 2막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노인의 특성과 수요에 맞는 양질의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여 노인층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누구나 나이가 드는데 부모가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자식들의 사정은 무엇일까. 사정이 어떻든 자녀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묵직한 돌 하나 얹힌 듯 답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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