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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손가락을 자른 고산선비 유석진

옛자료에서 전북을 만나다:삼강행실도의 석진단지(石珍斷指)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6월 29일 08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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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진(兪石珍, 1378~1439)은 완주군 고산현의 아전이다. 그는 밤낮으로 아버지를 곁에서 모시면서 약을 구하였다. 그리고 널리 의원과 약을 구하니,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산 사람의 뼈를 피에 섞어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하여 유석진이 즉시 왼손 무명지(無名指)를 잘라 그 말대로 하였더니, 그 병이 곧바로 나았다. '단지(斷指)'는 부모나 남편의 위중한 병에 피를 내어 먹이려고 손가락을 자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유석진 효자비는 고산읍 읍내리 428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세종실록 세종 2년(1420년) 10월 18일자에 유석진의 행적이 실려있다. 고산현의 향교 생도 지활(池活) 등이 유석진의 효행을 현감에게 고했고, 이를 전라도관찰사 신호가 나라에 올려 세상에 알려졌다.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는 군위신강(君爲臣綱)·부위자강(父爲子綱)·부위부강(夫爲婦綱)의 모범으로 삼을 만한 중국과 우리나라의 충신·효자·열녀를 각각 35명씩 뽑아 모두 105명의 행적을 소개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이 책의 맨 앞에는 권채(權採)가 쓴 '삼강행실도 서(三綱行實圖序)'가 있고, 이어서 목록에서 효자, 충신, 열녀의 고사를 제시했다. 그 구성은 정초(鄭招)가 '삼강행실 발(三綱行實跋)'에서 “'삼강행실도'는 이에 기재한 바 효자·충신·열녀 각각 110명의 행실을 기록하고, 또 형상을 그리고는 시(詩)로써 찬(贊: 사람의 사실을 서술한 뒤에 이를 평론하는 한 문체)했다'라고 한 바와 같이 행실에 대한 내용과 그림, 그리고 시(혹은 찬)로 이루어졌다.

바로 삼강행실도이 '유석진이 손가락을 자르다(石珍斷指)'가 실려 있다. 고을 사람들이 석진의 효행을 현(縣)과 도(道)에 추천하니, 세종대왕이 특별히 삼강행실도에 기술하라 하고 정려를 내렸다.

《삼강행실도》에 기록된 석진의 일화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유석진(兪石珍)은 고산현(高山縣)의 아전이다. 아버지 유천을(兪天乙)이 악한 병을 얻어 매일 한 번씩 발작하고, 발작하면 기절하여 사람들이 차마 볼 수 없었다. 유석진이 게을리 하지 않고 밤낮으로 곁에서 모시면서 하늘을 부르며 울었다. 널리 의약을 구하는데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 사람의 뼈를 피에 타서 마시면 나을 수 있다”하므로 유석진이 곧 왼손의 무명지(無名指(를 잘라서 그 말대로 하여 바쳤더니 그 병이 곧 나았다.”



《삼강행실도》에 실린 를 보면, 세 장면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먼저, 병저 누운 아버지가 계시고 석진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시중을 드는 장면, 그 다음은 집 울타리 밖에서 만난 행인이 손가락을 잘라 약을 만드는 비방을 알려주는 장면, 그리고 아버지가 계신 쪽에 칸막이를 치고 석진이 단지斷指를 감행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세 단락의 이야기가 한 폭의 그림에 모두 들어가 있다.

현재 정려는 고산면 읍내 고산양로당 입구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유석진은 기계유씨로 고산현에 처음 들어온 입향조 성보의 손자이다. 원래 운제현 사람으로 고산현의 관리였다. 부친 천을(天乙)이 괴질에 걸려 병세가 악화되자 석진이 즉각 왼손 무명지를 잘라 그대로 시행하니 즉시 병이 치유됐다고 한다. 그는 죽은 후 사헌부 지평의 벼슬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명나라 태종이 삼강행실을 보고 효순(孝純)이라는 제목으로 시 2절을 지었으며, 1430년 명정이 내려졌다.

조선시대에 백성들에게 주입하던 ‘효’의 모범 사례 중 특히 이해하기 힘든 단지(斷指)는 705건 중 186건으로 26%에 달한다. 병환 중인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병구완을 한 유석진의 효도란 조선시대 사람들도 감히 따라하기도 어렵고, 지금의 우리로서는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효’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으로 사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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