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저녁, 남원시 수지면 전통고택 몽심재에서 조금은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지리산 섬진강 문화재 활용사업단(이하 섬진강 사업단)이 주관하는 ‘주제가 있는 마을음악제’가 바로 그 무대다.
이 공연은 문화재청 공모사업인 ‘고택·종갓집 문화재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섬진강 사업단과 남원시가 응모해 선정된 ‘天地人 종가고택과 함께 하는 ‘남원몽심 감·동·육·락’의 한 프로그램이다.
고택 활용사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남원시민문화활동가들의 노력과 국가민속문화재 제149호인 남원 몽심재의 숨겨진 가치와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남원 몽심재는 조선 후기 박동식(1753~1830)이 지은 전북 지방의 대표적인 양반 가옥으로, 사랑채는 ‘ㅣ’자형이고 안채는 남부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ㄷ’자형으로 매우 과학적으로 설계됐다.
특히 이 가옥에는 애국, 애향, 애민 정신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이 고택의 원래 주인은 남원 죽산박씨 종가인데, 박씨 선조들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키고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을 했으며, 지역에서는 수지초등학교를 설립했다. 또 수십명의 원불교 성직자를 배출하며 선비정신과 나눔정신으로 민중을 선도해 왔다.
가옥의 건축방식에도 선민사상이 깃들어 있는데, 문간채에 정자가 붙어 있고 안채 지붕이 한쪽으로 길게 건축된 것은 당시 양반댁 하인들이 편하게 쉬면서 일하라고 마루를 깔아놓은 것이다. 이렇듯 아랫사람을 위한 배려는 타 지역 고택에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다.
지금도 창고에 보관돼 있다는 멍석은 보통보다 배나 큰데 이는 마을 주민들에게 쌀을 나눠주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마을음악회는 9월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데, 5월 18일 민주화운동 기념일, 6월 1일 의병의날, 6월 10일 민주항쟁기념일, 7월 17일 제헌절 등 개최일마다 모두 몽심재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며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함의가 함께 깃들어 있다.
문화재청 고택 활용사업은 남원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섬진강 사업단 우진용 단장과 김양오, 서옥자, 박찬용 등 문화활동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결과물로, 남원시와 몽심재에 거처하고 있는 원불교 장덕원 교무의 지원이 큰 바탕이 되고 있다. 더불어 마을주민들의 참여와 후원도 원활한 사업진행을 돕고 있다.
18일 진행된 음악제에서 가야금 명인인 송화자 선생이 대금독주 이동준, 태평소·타악연주 이환주, 명무 박광자 등을 섭외, 작은 출연료에도 총연출을 맡아 무대를 꾸민 것도 모두 이 같은 애향심과 참여의식의 발로이다. 이날 음악회는 코로나 여파로 홍보를 줄이며 관객을 30여명으로 한정했지만 궂은 날씨에도 80여명이 참여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고택 활용사업은 앞으로 한옥숙박, 판소리·다도 등 다양한 체험과 놀이, 마을해설사 육성, 마을음악제 등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몽심재와 남원 죽산박씨 종가(전라북도 유형 제180호)에서 1년간 진행될 예정이어서 관심과 기대가 충만하고 있다.
/남원=박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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