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지난 4월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인간수업’은 성범죄 드라마이다. ‘n번방 사건’을 방불케 하는 사이버 성매매가 펼쳐진다. 게다가 이를 주도하는 인물은 고등학교 2학년생이다. 드라마는 오로지 드라마일 뿐이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불편하다.
담임교사는 사회를 가르치며, ‘사회문제연구반’이라는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동아리에 가입한 유일한 두 명의 학생은 사회문제에 철저하게 휘말리게 된다. 주인공 오지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중3 때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낡고 허름한 아파트에 덩그렇게 남겨진 지수는 먹고 살 궁리를 하면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지수의 꿈은 ‘평범하고 멀쩡한 삶’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고 새로운 가족을 갖고 싶어 한다.
꿈을 위해서 성매매 브로커가 된다. 같은 동아리의 배규리는 오로지 사업 파트너로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와 정서가 단절된 채 지낸다. 도벽으로 무의식 깊숙이 형성된 심리적 압박을 해소한다. 부모가 간섭하거나 지시할 때마다 거스러미를 뜯어 피를 내기도 한다. ‘조건부 만남’을 하는 서민희는 고모와 같이 산다. 값진 물건과 돈을 주면서 친구를 사귀지만 결국 허망할 뿐이다. 애정을 갈구하지만,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돈으로 친구를 사귀는 행위를 멈출 수가 없다. 민희는 우직하고 충성스럽고 변함없이 신실한 태도를 지닌 이실장을 따른다. 전직 군인이었던 이실장은 현실 부적응자이다. 한때 노숙자로 전락한 적도 있다. 성매매 행동대원으로 활동하지만, 무엇보다 명령에 복종하는 시스템에 만족하며 안정을 찾는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것이 그가 익힌 세상을 사는 방법이다.
양아치의 두목인 류대열은 노래 클럽의 여사장 미정한테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애정을 넘어선 집착이나 의존을 보인다. 심리적 연결의 끈이 느슨해질 조짐이 보이면 견디지 못하고 광기를 발동시킨다. 민희의 남자친구인 곽기태는 일진이다. 민희가 성매매를 하면서 돈을 벌어 갖다 준다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모른 척한다. 결국 민희가 사실을 고백하자 포주를 혼내준다는 빌미로 패거리를 끌고 가서 난투극을 벌인다. 허황된 정의와 공갈 폼만 잡는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외롭고 아프다. 벼랑 끝에서 풀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아간다. 어느 순간 잡은 풀들이 왕창 뽑힐 것만 같아서 조마조마하고 가슴이 아린다. 주인공 오지수의 심리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소라게이다. 조심성 있게 발을 뻗어보다가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안에 쏙 들어가 꼼짝하지 않는다. 가족은 떠났고, 세상은 불안하기만 하다.
드라마를 보면, ‘졸라’라는 말이 난무한다. 거의 말마다 ‘졸라’가 들어간다. 그것뿐만 아니다. 은어와 비속어의 천국이다. 실제로 그러한가? 아닐 거라고 여기고 싶겠지만, 사실은 그렇다. 바른 말과 고운 말은 교과서에만 있다.
실제 청소년들의 언어는 채팅어와 비속어 사이에서 헤엄치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나라와 민족의 얼이 깃든 언어를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보다 먼저가 있다. 마음을 열고 소통해야 한다. 수용하고 경청하면서 이해해야 한다. 그런 다음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세워나갈 수 있는 긍정에너지가 필요하다. 인간은 자신의 인생을 통해 부딪히고 깨닫고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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