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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호모 엠파티쿠스의 회복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4월 01일 13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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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마스크를 쓴 채 봄이 왔다. 봄꽃이 만발하지만, 세상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물신주의 풍조와 이기주의가 무르익을 대로 익었다. ‘n번 방’은 국제적이다.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에다가 자금 세탁은 핀란드 소재 장외 거래소를 활용했다. 중국에서도 회원 수가 860만 명에 육박한 다단계 판매 식의 ‘중국 n번방’이 드러났다. 3~4분마다 유료회원이 1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말초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는가? 인간은 이제 점점 타락하고 있는가?

물질문명을 통해 시장경제가 형성되고, 그 꼭대기에 거대 기업과 거대 자본이 지배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인간의 물질화는 따라가는 절차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여성과 아이들은 상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박사방 회원 수 26만 명 중에서 만 오천여 명의 유료회원들은 사회 각층에 걸쳐 뻗어있다. 인기 연예인, 스포츠 스타, 지명도가 있는 유력 인사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은 자신은 돈을 벌 목적이었으며, 모든 행각은 소비자 취향에 맞춘 결과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몇몇 대화방의 메인 화면에 써 놓은 자기소개 문구는 이러하다. “조금 더 자세히 봐, 눈을 피하지 마. 네가 보일 거야. 너 자신이 보일 거야. 수십 수백 수천의 박사가 보일 거야.”, “모든 처음이 기억에 남는 건 아니야.”, “네가 아픈만치 남을 때려줘. 분풀이만한 진통제가 없으니까.” 그는 또 다른 메인 화면의 제목을 이렇게 달아 놓기도 했다. ‘박사가 전하는 인생의 지혜’. 그의 말이 맞았다. 그들이 이른바 ‘노예’로 불리는 여자아이들을 보는 동안 그들은 타락해 가는 자신들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성폭력은 리좀식으로 뻗어 나가 무수한 박사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모든 처음이 주는 신선함은 사라져 버린다. 기억에 남는 더 큰 자극을 위해 악을 쓰며 잔인해져 갔다. 일상의 스트레스에 분풀이나 농지거리로 삼으며 일명 노예들을 부리며 즐겨왔다. 표면에 뜬 사건을 피해 지금도 여전히 대피소를 마련해놓고 성 착취 동영상을 거래하고 있다. 수사는 수사고 물건들은 여전히 돈이 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문명 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은 인간은 ‘공감력’으로 인해 세계를 지배하는 종이 되었다고 한 바 있다. 인간은 자연계의 구성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라 한다. 지금 현대사회의 문제는 물질문명과 결탁해서 공감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누군가 아프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그것을 보고 낄낄댄다. 인간이 공감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박사가 전하는 인생의 섬뜩한 거짓 지혜는 여전히 자리를 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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