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신(1850~1941)이 그린 ‘숙부인 황씨 초상’(신지은 제공)이 서울 화정박물관에 소개된다.
화정박물관이 6월 30일까지 ‘고인물전’(古人物展)'을 갖는다.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중국·일본의 인물화와 관련 공예품 9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각기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훗날 그림을 보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을까.
이 질문을 품는 순간, 관람객도 그림을 그린 이와 그려진 이 사이의 팽팽한 긴장에 합류하게 된다.
전시 1부는 한국과 중국의 초상화를 소개한다.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조선 시대 이조판서 등을 지낸 이정영(1616~1686)의 전신 초상이다. 함께 전시된 근대 작품들에는 사진술과 서양화법이 스며들어 있다. 어진화사(왕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로 잘 알려진 채용신(1850~1941)은 20세기에 직업 화가로 활동하며, 주문자들에게 받은 사진을 보고 초상을 제작했다.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 작품인 ‘숙부인 황씨 초상’은 기계가 기록한 사진 속 정보를 전통 초상화 양식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채용신의 솜씨를 잘 보여준다. 아담한 네 폭 병풍을 배경으로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은 황씨는 또렷한 눈매에 야무지게 힘주어 입을 다문 얼굴로 그려졌다. 장수를 기원하는 무늬를 넣은 한복 저고리, 장도노리개와 가락지 등 지체 높은 양반 가문의 여성임을 보여주는 치장보다 그의 얇은 피부 위로 비쳐 보이는 꼿꼿하고 슬기로운 인상에 더욱 눈이 가는 그림이다.
이번 전시는 '사람'을 중심으로 표현한 한국, 중국, 일본의 그림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전시이다.
인물화는 인간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함께 해온 그림 장르이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종교와 문화, 사상 등 인간의 관심사가 표현된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전시는 Portrait - Ideal Life - Extraordinary Life - Into the Real Life로 크게 나뉜다.
첫 번째 Portrait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초상화를 살펴보며 각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Ideal Life는 옛사람들이 지향한 이상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들의 일화를 묘사한 작품들을 살펴본다.
세 번째 Extraordinary Life는 신선이 된 인물의 이야기이나 신비한 능력을 가진 승려와 같은 신통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전시한다. 마지막 Into the Real Life는 실제 당시 인물들의 모습이 표현되었거나 대중에게 인기가 있었던 대중문화를 그림으로 구현한 작품을 살펴본다.
채용신은 조선시대 말에는 어진화가로, 일제강점기에는 직업화가로 활동한 우리나라 근대 초상화의 선구자다.
그는 낙향 후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1923년 정읍에 ‘채석강도화소’라는 공방을 열었다. 본격적으로 초상화 주문 제작을 받으며 사대부 및 유학자, 부부, 여인까지 신분과 성별의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고 폭넓은 대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 미술사상 가장 많은 초상화를 남긴 화가로 조선시대 초상화의 전통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서양화법과 사진술 등 신문물을 수용하여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형성했다. 채용신의 작품은 극세필법과 명암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입체감을 높이고, 실제 인물의 비율과 가까운 사실적 비례로 인물의 실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는 특성이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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