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볶음 땅콩, 땅콩버터, 땅콩기름, 풋땅콩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는 친숙한 식재료인 땅콩은 남미가 원산지로, 19세기경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랫동안 간식과 요리 재료로 사랑받아 온 땅콩은 최근 근력 개선 효과가 주목받으며, 초고령사회 건강식품으로서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근감소증은 새로운 국민 건강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1년 보건복지부는 근감소증을 정식 질병으로 등록하며 예방과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근감소증은 근육량과 근력이 줄어드는 상태로, 낙상과 골절, 골다공증 위험이 1.5~3배가 증가하고, 간접적으로 당뇨·고지혈증·비만 등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미국병원장협회저널에 따르면, 70세 이상 근감소증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일반인 대비 무려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심각성이 더욱 크다. 특히 근육 기능 저하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근감소증과 그에 따른 2차적 질병 관리를 위한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현재까지 근감소증의 완전한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근감소증의 원인은 세포 노화, 염증 유발 사이토카인,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 단백질 합성 저하 및 분해 촉진, 성장호르몬 감소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보다는 예방 중심의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근력 개선 기능성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에서 근력 개선 기능성 원료로 인정한 소재는 7종에 불과하지만, 2023년 기준 이 분야 매출은 전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약 7.9%, 약 729억 원에 달하며 꾸준한 수요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땅콩의 근육 관련 효능이 전통 의학에서도 이미 인지되었다는 것이다. 18세기 청나라 의학자 조학민은 「본초강목습유」에서 땅콩이 천연두로 인한 근육통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해, 땅콩의 근육 관련 약리작용이 이미 오래전부터 확인됐음을 알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전통 의학 문헌과 땅콩의 재배·생산의 용이성에 주목해, 기능성 소재로서 가능성을 검토하며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체 육성 품종인 ‘신팔광’과 ‘해올’에서 근력 개선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노화로 인한 근감소증을 모사하기 위해 근관세포에 염증 유발 물질을 투여해 근육 섬유를 위축시킨 뒤, 땅콩 추출물을 처리했다. 두 품종 모두 근육 섬유의 굵기 회복과 근육 분해 관련 신호전달 단백질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해올’은 근육 합성과 분화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단백질의 발현을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땅콩의 근감소 예방 산업 소재화의 발판 마련을 위해 기전 분석, 네트워크 약리학 분석, 지표성분 선정을 포함한 원료 표준화 연구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또한, 가공 방식에 따라 약리작용이 유효한지 검증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산업적 활용 가능성 확대를 위한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재배가 쉽고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가능한 땅콩은 다양한 가공 형태로 활용할 수 있어 기능성 식품 소재로서 높은 잠재력을 지닌다. 이에 전통 작물인 땅콩이 근력 개선 기능성 소재로 재조명받으며, 앞으로의 연구와 산업화 과정에서 그 가치가 더욱 분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국립식량과학원 품질관리평가과 농업연구사 김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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