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창 공음면 선동리에 자리한 군유리 고인돌군은 약 3천 년 전 선사인들이 하늘의 질서를 읽고, 그 신성한 시간을 땅 위에 새겨 넣은 거대한 천문 유적이다. 이곳은 단순한 무덤을 넘어, 하지·동지·춘분·추분이라는 농경의 핵심 시점을 정확히 관측하고 기록하여 한 사회의 과학과 신앙이 결합된 복합 천문 네트워크였다.
군유리 고인돌군은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의 해발 38m 낮은 구릉 위에 자리한다. 주변 대산천과 선동천이 만든 비옥한 충적평야와 인접하여 농경 사회의 터전이었으며,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천체 관측에 이상적인 열린 공간이었다. 이곳은 선사인들이 하늘의 운행을 포착하고, 그 리듬을 공동체의 시간표로 삼았던 지식의 산실이었다.
군유리 일대의 고인돌 3기는 하지(夏至), 동지(冬至), 춘분(春分), 추분(秋分)의 태양 운행을 정밀하게 반영하여 배치된 천문학적 네트워크로 해석된다. 선사인들은 이 거대한 석재의 배치를 통해 파종과 수확의 시기, 즉 생명의 리듬을 기록하였고, 이곳에서 중요한 제의를 올렸다.
군유리1 고인돌은 우주의 중심 축과 풍요를 기원하였다. 장축 3.5m, 두께 2.6m의 1호 고인돌은 중심축이 정북 방향, 즉 북극성을 향한다. 북극성은 밤하늘의 중심이자 변하지 않는 별로, 시간의 영원성과 우주의 질서를 상징하였다. 또한 남쪽으로 남두육성(궁수자리) 방향을 가리키는데, 이는 농사에 필수적인 강우와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적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1호 고인돌은 단순한 묘제를 넘어, 우주를 상징하는 신성한 축으로 기능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군유리2 고인돌은 태양의 궤적과 계절을 담았다. 2호 고인돌(장축 4.7m, 두께 1.0m)은 태양이 가장 동북쪽에서 뜨는 하지 일출 방향과 가장 남서쪽에서 지는 동지 일몰 방향을 정확히 지향한다. 하지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극점(極點)이고, 동지는 밤의 길이가 가장 긴 극점이다. 2호 고인돌은 이 두 극점을 통해 1년 동안의 태양 이동 폭을 정확히 계산하고, 계절 주기의 리듬을 체계적으로 기록했던 선사인들의 천문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밀한 천문 관측은 농경 주기 결정의 핵심 근거가 되었다.
3호 고인돌은 농경의 기준점과 평형의 시간을 담았다. 이 고인돌(장축 5.3m, 두께 1.1m)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과 추분의 일출·일몰 방향과 일치한다. 춘분은 파종을 위한 땅의 기운이 깨어나는 시기이며, 추분은 수확을 시작하는 기준점이었다. 이 고인돌은 농경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농사 시점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점으로 활용되었다. 특히 고인돌 표면에 남은 쇄기 흔적은, 이 거석이 후대에까지 중요한 의미를 지녀 석조물 제작의 재료로 이용되려 했음을 보여주며, 그 상징성이 오래 지속되었음을 보여준다.
군유리 고인돌 군은 거대한 돌덩이를 배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의 산세(山勢)를 활용하여 정교한 자연 천문대를 구축했다. 선사인들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을 '측점(觀測點)'으로 삼아 태양이 뜨고 지는 위치를 정밀하게 관찰했다.
하지 일출은 방장산 방향, 춘분·추분 일출은 삼태봉과 구황산 방향, 동지 일출은 고성산 방향과 일치한다. 이는 고인돌군이 단순한 묘역이 아니라, 하늘의 움직임을 읽고 사회의 리듬을 조정했던 선사시대 지식층의 천문 관측소이자 제의 공간으로 활용되었음을 입증한다. 지형과 천문 현상을 결합하여 시간 예측을 가능하게 했던 선사인들의 지적 유산은 가히 놀랍다.
군유리 고인돌 군은 선사시대 고창 지역 사람들이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이를 생활 질서로 통합한 지혜의 결정체이다. 하늘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질서를 돌 위에 새겨 삶의 시간표로 삼았던 그들의 유산은 지금도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오늘날 군유리의 고인돌은 단순한 유적을 넘어, 인간이 하늘과 땅의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시대의 기억을 전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시간은, 하늘의 질서와 얼마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우리는 선사시대의 고인돌을 아직도 일제강점기의 용어인 지석묘라고 하는지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이병렬(고창문화연구회장)

얼굴이 새겨진 군유리 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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