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달그락달그락] ‘나와 비슷한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

박연우 청소년 기자의 집회 참여기

기사 작성: 박연우 청소년 기자 - 2025년 03월 26일 15시43분

지난 3월 15일 (토), 서울 을지로입구역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 대회’에 참석해보았다. 현재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부장으로 활동하시는 어머니의 권유로 서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부모님 두 분 다 비슷한 직종을 하시는 분들이시기에 원래는 내가 아닌 아버지가 가시는 게 맞지만 아버지의 의도치 않은 부상으로 예정에도 없던 서울로 향하게 되었다.

평소 부모님과 함께 뵀던 분들을 포함하여 군산 인원 총 56명과 함께 서울로 향했다. 버스는 대략 1시간 쯤 달렸을까, 점심을 먹기 위해 휴게소에 멈춰 섰다. 점심은 도시락이었다. 원래라면 평소엔 휴게소 식당에서 먹는 편이지만 오늘은 전국에서 오는 노조회라 사람이 많을뿐더러 하필 사람이 몰릴 때라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셨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는 것 자체가 하나의 추억이라 생각하니 신이 났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버스가 다시 출발했다. 어느새 복잡한 서울 시내에 도착했다. 버스는 원래 도착 위치인 을지로입구역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려 걷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눈앞에 거대한 스피커와 단상, 금속노조를 상징하는 푸른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를 통제하는 경찰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내가 살면서 경찰을 볼 일이 많이 없기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계속 눈길이 갔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직업이 노안부장이다 보니 우리가 갔을 땐 아직 사람이 다 도착하지 않아 휑했지만 30분도 안 되어 도로의 절반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분명 본 집회 전 금속노조만 있는 사전집회라고 들었다. 하지만 고작 이정도가 사전회의 인원이라고는 생각도 못할 만큼 수만 명의 노동자가 자리를 채웠다. 나는 여기서 살짝 의문을 가졌다. 어떻게 보면 도로 절반을 통제하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만한 요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가 통제되면 길이 막힐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반발 또한 거세지 않을까?’ 이제야 법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던 중학생에게는 꽤나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법적으로 집회 활동을 할 시기에 허가를 받는다. 현재 우리가 2025년 3월 15일 토요일 2시에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니 집회 신고를 하면 허가를 해주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모든 행동 자체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합법이라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의문을 지우기는 쉽지 않았다. 아무리 법적으로 허가를 받았다 한들 다른 일반 시민들의 시선에서 노동자들의 시위 자체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을까하는 작은 걱정이 들었다. 바로 반대편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들이 태극기를 든 채 소란스럽게 지나갔다. 이미 어머니가 본 집회에선 반대 세력과 다른 일반 시민들도 함께 시위를 진행할 것이니 만약 자신을 놓친다면 서울에 있는 큰 이모네 댁에 가있으라는 말을 전해주셨다. 그렇기에 두려움 반, 걱정 반을 안고 금속노조 사전집회가 시작되었다.

위원장, 수석부지부장 등 구호를 외치며 노동기본권과 사회대개혁 등에 관한 발언에 대해 들었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보다도 나는 한 사람의 발언이 조금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2025년 3월 15일 오전 4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이하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이 한화 본사 앞 CCTV 철탑에서 고공농성에 시작했다.’ 아마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날 거대한 스크린에 외롭게 버티고 있는 지회장을 비췄다. 아무리 그날은 날이 조금 풀렸다 한들 바람은 거세게 불어오고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듣는 목소리엔 사이로는 바람소리가 가득 했다. 예로부터 고공농성은 사회적 약자가 기성의 방법으론 도저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때 택하는 최후의 방법이다. 대략 2년 전 쯤에도 이와 비슷한 고공농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임금협상과 관련된 파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본청 사장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지회장에게 청구했다. 이로 인해 법정까지 이어졌지만 법정은 본청의 손을 들어주며 결국 패소와 함께 수백억이 되는 빚을 안게 됐다. 이로써 헌법에 의거된 노동삼권 중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셈이다. 그렇기에 모든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와 노동삼권을 보장하라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의 사전집회가 끝나고 3시 30분 쯤 행진이 시작됐다. 우리는 광교 – 종각 – 안국동사거리 - 광화문 동십자각 순서로 거리를 행진했다. 목적지엔 사전집회보다 더 많은 인원이 도로를 전부 가득 채웠다. 본집회는 금속노조 이외에 다른 노조원들도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그날은 일반시민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아니라서 그런지 금방 끝을 맺었다. 솔직히 가기 전부터 어머니께서 겁을 주신 탓인지 하루 종일 긴장했다. 하지만 내가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거기 계셨던 모든 분들이 집회까지 온 것이 대단하다며 좋게 봐주신 덕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런 집회나 시위를 청소년이, 그것도 서울도 아닌 지방권의 청소년이 경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 던 것보다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막연했고, 어린 노동자도 죽기 십상이라는 걸 부모님의 말을 통해 자주 전해 듣는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상황이 고작 남 일 같지 않다고 느낀다. 다른 사람들은 ‘내 자식 아니니까’, ‘내 일도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가지고 애써 회피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본다면 그들도 또 다른 노동자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만이 노동자가 아닌, 일반 회사에서 근무하시는 모든 분들이 노동자인 만큼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나와 비슷한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사회를 변화 시키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지역사회를 변화 시키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다른 시민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변화 시킨다고 생각한다. /박연우 청소년 기자

취재후기

부모님을 따라 여러 집회를 가봤지만 내가 이때까지 가본 집회 중 가장 큰 집회였다. 나이 상관없이 사람들도 거리에 나와 함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대단하면서도 그 사이에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심도 깊은 주제이니 만큼 자료를 찾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쓰면서 나라는 사람이 한 단계 성장하며 함께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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