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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에서 송시열을 만나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6월 13일 15시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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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7 삭제된 기억들(글 사진 박종인, 펴낸 곳 상상출판)'은 여행·역사전문기자 박종인이 들려주는 역사의 재발견 인문기행 그 일곱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행·역사전문기자 박종인이 10년간 ‘땅’에서 역사를 만난 후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일까. 바로 망각되었거나 왜곡된, 혹은 의도적으로 삭제되었지만 여전히 땅 곳곳에 흔적을 남긴 ‘기억들’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은 대륙을 엿본 사내로 칭송받지만 사실 우매함으로 고구려 망국의 문을 연 연개소문, 허준의 스승으로 알려지고 그 기념비까지 세워진 가짜 인물 유의태, 풍수로 세종을 현혹하고 국정을 어지럽힌 술사 최양선 이야기. 그리고 지난 역사들을 지키기는커녕 왜곡하고 있는 문화재청의 답답한 실태까지.

'땅의 역사' 7은 어느 한적한 동네에 세워진 비석에서, 서울 곳곳에 자리한 궁궐에서,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어느 빌딩에서 역사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독자는 책에 함께 실린 ‘답사 안내’의 현장을 방문하고, ‘주’의 사료를 찾아보며 그 근거를 더 탄탄히 할 수 있다. 이렇게 땅의 흔적을 톺아보면서 역사의 진실은 선명해진다. 왜곡되고 사라진 역사의 진짜 모습에서 생각보다 우리 삶 가까이 남아 있는 옛 발자취를 발견하게 된다. 비로소 시대의 어려움 앞에 우리는 그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미래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궁궐에서부터 묘비, 상가 건물과 집까지 이 땅 곳곳에 남은 역사의 흔적을 따라 이야기가 펼쳐진다.

1장 ‘나는 몰랐다’에서는 잊어버려 이야기되지 못한 역사를 꺼내 본다. 1537년 경회루에서 벌어진 낯부끄러운 명나라 사신들의 사대와 창덕궁과 창경궁을 1년 새 두 번이나 불타게 한 인조의 권력욕은 절대 잊으면 안 되지만, 지우려 애쓴 역사다. 또 세월 속 잊힌 사람들도 있다. 영국 여자를 사랑한 위정척사파 권순도와 조선시대 인두법으로 천연두 치료에 기여했지만 정치적 계략에 그 공로는 지워진 박제가와 이종인, 정약용이 그들이다. 2장 ‘아프고 어지러웠다’에서는 시대마다 생채기를 남긴 어지러웠던 역사의 현장으로 향한다. 지금의 꽃 피고 새 우는 문경새재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끔찍한 도륙과 궤멸의 현장이었다. 발걸음을 옮겨 용산공원으로 향하면 마을은 사라지고 이야기만 남은 ‘둔지미 마을’도 만날 수 있다. 개인적 원한에 눈멀어 한일의정서를 맺은 고종의 우매함으로 일본군에 ‘마음대로’ 수용당한 땅이다.

정읍 송시열 송우암수명유허비 ‘독수(毒手)’의 비밀은 나라를 망가뜨린 노론 공작 정치의 그늘로 소개된다.

3장 ‘나는 속았다’에서는 사실인 줄 알았던, 거짓 역사를 짚어낸다. 흔히 허준의 스승으로 알려진 유의태는 그저 소설 '동의보감'과 드라마 '집념' 속 인물이다. 그런데도 그를 조명하는 논문이 쓰이고, 동상과 기념비가 세워졌다. 그 뒤에 감춰진 선비 의사 ‘유이태’의 후손은 여전히 거짓을 바로잡는 데 고군분투한다. 또 원칙 아래 시행된 문화재청의 역사 복원 작업에도 거짓이 발견된다. 일제가 만든 건물을 여전히 경복궁관리소로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덕수궁 돈덕전은 한 층을 손수 증축해 덕수궁관리소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역사 복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4장 ‘나는 집이다’에서는 제자리 지키며 역사를 품고 있는 그 건물, 그 집을 찾아간다. 서울 한복판 용산구 한강대로42길에 위치한 건물, 전범 기업 하자마구미의 흔적이다. 지금은 농협은행이 들어선 견지동 111번지 붉은 벽돌 건물에는 친일파 이종만의 숨결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종만의 꿈은 ‘조선 농촌 갱생에 미력을 바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를 애국자로 부르는 게 맞을까, 매국노로 여기는 게 맞을까. 안국동 8-1번지에는 화려한 저택이 있다. 1870년 망나니 민영주가 지은 이 자택은 100년 역사를 이고 지금은 전 대통령 윤보선의 가옥으로 남아 있다.

지금, 우리 눈앞의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왜곡되고 사라진 역사를 들춰내는 일이다. 들춰내고 바로잡다 보면 우리의 나아갈 미래도 선명해질 것이다. 말없이 역사를 기억하며 제자리 지키고 있는 흔적에게 다가가 사라진 우리의 진짜 역사를 물을 때다.“… 사실을 기록하고 오류를 인정해야 역사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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