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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딱다구리 아빠’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25일 14시56분

안도현 시인은 자신의 산문집 ‘내게 왔던 그 모든 당신’에서 ‘딱다구리 아빠’ 김성호교수를 ‘딱따구리에 미친 남자’라고 불렀다.

‘오래 들여다보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상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귀로 들어오게 된다는 게 김성호교수(전 서남대)의 지론이다.

버섯의 벗이 되려면 버섯보다 많이 큰 내가 먼저 버섯의 높이로 땅에 엎드리면 된다.’

김성호교수는 원래 조류학자가 아니다.

원래 식물생리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서남대학교 창립멤버로 남원에 내려왔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데도 자연에 깃든 생명을 찾아다닌 지 올해로 34년째를 맞고 있다,

, , , 등 수십권의 저서를 통해 기후위기 속 생태적 삶을 전파하고 있다.

김성호 교수는 남원 서남대 교수로 재직하며 지리산 일원의 식물, 버섯, 동물, 새에 관심을 갖고 관찰한 결과물인 ‘큰오색 딱다구리의 육아일기’(2015년)를 낸 후 '딱다구리 아빠'라는 별명을 얻었고 자연의 생명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평생을 받쳤다.

김 교수의 생태 에세이 ‘나의 생명수업’에서 큰 영감을 받았던 필자는 하늘이 즌 시절 인연으로 몇 해전 전북 남원여고 인문학콘서트에서 진행자와 강연자로 만나 ‘도반’의 길을 걷고 있다.

‘사람 좋고 나서기 싫어하는’ 김성호교수가 동지(?)들과 작당(?)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 반가웠다.

오는 27일 서울시민청(B1) 바스락홀에서 ‘딱다구리 보전회 창립 포럼’을 좌장으로 견인한다.

‘우리 숲에 딱다구리가 살아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첫 출항하는 딱다구리보전회는 이날 ‘딱다구리의 날’ 선포식도 가질 예정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나의 생명수업〉에 쓰인 부제 ‘자연의 벗들에게 배우는 소박하고 진실한 삶의 진리’에 대한 성찰이 묻어나는 행사다.

딱다구리보전회를 시작한 사람들은 생태계 파괴와 인간의 탐욕이 가져온 산림 생태계 파괴로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딱다구리의 하소연을 전하는 걸 사명으로 아는 사람들이다.

봄이면 숲에서 들려왔던 딱다구리의 드러밍(drumming)을 모든 이에게 찾아주고 싶은 딱따구리 보존회는 김 교수와 9명이 시작한다.

그동안 크낙새를 한반도에서 잃은 아픔을 느낀 이들에게 그 뒤를 또 다른 딱다구리가 따를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시작점이었고 우리 숲에서 딱다구리가 나무 두드리는 소리를 다음세대도 이어 들을 수 있길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있다.

김 교수와 ‘딱보’회원들은 자연에 깃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사명과 관찰을 통해 얻은 아름다운 생명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야 말로 지구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이시대의 화두라고 확신한다.

우리의 숲에서 딱다구리의 아름다운 향연이 영원히 지속되길 기원하다.

/정종인(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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