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과 내일]‘맛있는 요리’는 꿈이런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23일 15시23분

인구 소멸, 지방 붕괴... 작금의 상황이다. 우리는 이를 ‘인구 소멸 지수’로 단순화하여 분류해서 표식 한다. ‘인구 소멸 지수’라는 ‘만 20~39세 여성 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누어 낸 값’을 말한다.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쉽게 말하면 ‘가임기 여성’이 지역 거주 정도, 지역의 고령화 정도 등을 감안한 지수다.

지난 10년 동안 이러한 추세가 뚜렷하고 광범위하고 견고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간 추진한 대책은 제한적이었거나 효용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이다. 일자리를 늘린다고 기업을 유치해도 사람이 없다. 교육, 의료, 문화 등.... 인구를 유지하고나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될 듯도 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 인구로 밀리는 지역이라 예산의 한계는 따져볼 깜도 못된다. 매년 가용 예산은 끼니를 걱정할 정도다. 악순환이다. 따라갈 수도 이대로 주저앉을 수도 없다. 그냥 여기서 멈춰버릴 수도 없다.

그래서 지방의 인구정책은 정책 당국 입장에서 ‘계륵’이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이어갈 아이디어도, 빌려 쓸 아이디어도 마땅하지 않다. 다른 지차제가 ‘효험을 봤네’ 한 사업이 소문날라 치면 바로 그 사업을 ‘붙여 넣기’에 바쁘다. 다 통할 리 없다. 무엇이라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에 하고 또 해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복사한 사업이 한 번도 추세선을 유의할만하게 벗어난 적이 없다. 다만 정책 수혜자들만 좋아할 뿐이었다.

미안한 말씀이지만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필자의 확고한 신념이다. 기존의 틀과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갇힌 늪’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그러면 ‘기존의 틀과 판’이 무엇인가? 모든 과업을 대하는 ‘형식과 내용’을 말한다. 형식은 ‘틀’이고 내용은 ‘판’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밖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우리의 안은 ‘부지하세월’이다. 변화는 ‘속도’이니 그 속도에서 우리는 멀찌감치 뒤처져있다.

그러면 왜 뒤처졌을까? 공부하지 않고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다른 데서 그 원인을 찾는 경향들이 있었다. ‘본질’은 놔두고 ‘변죽’에 익숙한 조직문화. 지역의 색깔이 잔뜩 칠해진 ‘관료주의’다. ‘필요한 것’보다 ‘좋아할 만한 것’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에 익숙한 문화다. 기계적이고 목적 일탈적인 관료제의 ‘배 다른 산물’의 일상화, 나서지 못하는 특유의 속성, ‘짠’하고 보여주기 등이 기존의 지역의 틀과 판을 만들어낸 사실을 적어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다음 ‘틀과 판’을 짜는 열쇠이기에 그렇다.

‘전북특별자치도....’ ‘틀과 판’의 특례여야 한다고 본다. 특히 ‘지역색만 덧칠된 관료시스템’으로 소멸의 추세선을 꺾을 수 있을까? ‘없다.’ 현 관료시스템의 변용. 탈관료제로의 무게 이동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게 30여 년 공직의 결론이다. 그러니 폐해가 많은 것들부터 ‘특례의 메스’를 대야 한다. 9부터 1급까지, 단계가 너무 많다. 관료들의 사회적 비용과 갈등의 원천이다. ‘줄 세우기’를 전제로 하는 ‘수직적 질서’의 끝판왕이다. 6단계로 줄이든가, 단일직급인 관사(官士조)직으로 전환하든가 하여 ‘수평적 질서’를 더해야 한다. ‘틀’이 바뀌어야 ‘판’이 바뀌고 ‘형식’이 달라야 ‘내용’이 달라진다. 관습은 ‘4차 산업혁명’이 한창인 이때에 ‘맞지 않은 옷’이다. 그런 예는 넘쳐난다.

한 가지만 더한다면 바뀐 틀에서 ‘분출하는 생각’들을 ‘점과 선’에만 올리면 정책이 될 리 없다. 공간에 모아서 한껏 버무려야 한다. 형식과 내용에 ‘다른 결’을 고루 입혀야 한다. 그게 ‘요리’이다. 원재료의 맛과 풍미를 살리는 것이 요리 말이다. 맛있는 음식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듯 맛깔난 정책은 추세선을 낮춘다. ‘패배주의’에서 우리를 건져준다. 일렬로 줄을 세우려는 욕망을 버려야 비로소 보인다. 창의의 공간이 열린다. 상 다리가 부러지게 차릴 것이 아니라 맛있는 요리를 맵시 있게 올려야 진정한 ‘요리사’이다./신동우(군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오늘과 내일]‘맛있는 요리’는 꿈이런가

[온누리]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삶의 향기]투표는 청년세대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사설] 법을 고쳐서라도 선거운동 방식 개선해야

[사설]새만금 신공항, 안전이 최우선돼야

[사설] 한글 서예를 K-컬처의 상징으로 키우자

[온누리]시력은 좋은데 물체를 잘 구별할 수 없다면, 대비감도를 확인해 보자

[생의 한가운데]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리더? 우리가 길러내야 하는 리더!

[오늘의 길목]불완전한 인간의 창조물, 헌법

[오늘과 내일]보수궤멸(保守潰滅)

[지역의 재발견]외국인 유학생 정주 유예 기간 제도,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다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전북 조국혁신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벽보 설치

화분만들며 농업의 중요성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