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교적, 기념물들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한낮 폐허로 보이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4월 18일 12시50분

유영춘 작가가 ‘성지 그리고 폐허’와 ‘우화(羽化, 펴낸 곳 글나무)’ 등 2권의 시집을 펴냈다.

‘성지 그리고 폐허’ 초판을 낸 후 어느덧 30여 년이 지나 새로운 독자들에게 주고 싶어 재판을 발간했다. 초판 시를 조금 다듬어 보았다. 몇편의 시를 더 보태기도 했다.

정병길은 “후산 유영춘이 이스라엘 여행을 다녀와서 ‘성지 그리고 폐허’를 썼다. 카톨릭, 동방정교회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남들은 성지순례라고 하는데, 굳이 ‘폐허’순례를 했단다. 한때 하나님의 계시가 임하였던 그곳에 세워진 갖가지 교적과 기념물들과 사람들의 생활모습(관광지로 전락한)이 그의 눈에는 한낮 폐허로 보인 것이다. 이는 시인의 기교 어린 말장난이 아님이 그의 글에서 그의 가슴에서 우러난다”고 했다.

작가는 “36년이 지난 지금도 여행의 기억이 생생하고 뚜렷하지만 여행 당시(1988), 시집을 내려고 시를 쓰던 때(1994), 다시 시를 다듬고 있는 오늘(2024)의 시정신을 이끄는 힘은 오직 하나님 말씀 성경이었다”면서 “재판 정리를 하여준 조카 오혜정 박사, 화가 유진광 아들 고맙다”고 했다.

‘우화’는 시인은 풍경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인 눈이 보고 영혼이 느끼는 천상의 경이로운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 너머의 것을 갈망하게 하고, 기존의 평화와 행복에 집착하지 않고 밝은 기운으로 가득 차게 한다. 높은 곳을 추구하고 날아가는 것에 대한 기대가 나타난다.

시인이 맑고 깨끗한 심성으로 담백하고 정갈한 서정시를 빚으며, 진솔하고 간결한 구문과 감성적인 언어를 주로 구사하지만 자연의 비의에 다가가고 순리에 따르면서 겸허하게 자기 성찰을 하면서 깨달음에 이르는 예지와 기지가 돋보이는 시편들이 두드진다.

부자연스러운듯 하면서도 간결하고 정제된 단어로, 쉽고 일반적인 구절인듯 하면서도 세련된 구절로 ‘미완성 수채화’ 같은 느낌을 풀어냈다.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고향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어머니의 사랑이 추위를 이겨내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은이는 정읍 출신으로, 7세에 부안으로 이사를 갔다. 동진강가에서 소년시절을 보냈다. 그가 자라던 후산리는 동쪽 북쪽으로는 동진강이 흐르고 끝없는 호남평야가 펼쳐졌다. 남녘으로는 멀리 변산반도가 서쪽 가까이는 서해 바다가 펼쳐진 그림 같은 동네였다.

부안중학교, 남성고등학교, 전북대학교, 칼빈신학교, 연세대학고 연합신학대학원,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등에서 공부를 했으며, 30년 동안 연세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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