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과 내일]소림사에 간 의사들

소림사 무술훈련과 전공의 교육 시스템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16일 14시36분

22대 총선은 끝이 났습니다. 여소야대로 결론지어진 현 상황에서 앞으로 전개될 모든 정치 상황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쏘아올린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이 어떠한 형태로 결론이 날것인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그리고 결론이 날 때 까지 가져올 파장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 쌓아올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과 저렴한 의료비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릴까봐 심히 걱정입니다.

여기서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과연 조속한 시일 내에 모두 돌아 올 것 인가입니다. 저 역시 전북대학교병원에서 1984년부터 87년까지 혹독하고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전공의 수련과정을 경험 하였습니다. 이때 산부인과는 꽤나 인기가 있어서 경쟁도 심했습니다. 하지만 수련의 과정은 육체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존심마저 상하게 하는 정신적인 고통까지 생각하면 두 번 다시 할 일은 아니다고 생각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하루에도 여러 번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중간에 그만 두는 전공의들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당시 산부인과는 인기는 있었지만 이런 면에서 가장 힘든 과였습니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하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 후 출산율은 감소하고 응급환자는 많아서 힘들고 의료사고 발생률이 높은 산부인과의 인기는 급락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 부터인가 산부인과 전공의를 모집해도 단 한명도 지원자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아마도 지금부터 10년이 넘은 시기부터 지속되어 왔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과들이 바로 요즘 회자되고 있는 산부인과, 소아과, 일반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과들입니다. 힘들고 돈도 많이 못 벌고 의료사고 등 법적인 문제로 시달리는 이러한 과들의 기피는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 사태로 전공의가 다 나간 마당에 그동안 지원자가 없어서 나갈 전공의도 없는 이 필수의료 과는 전공의 없이 그동안 버텨왔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덜 할 것이라는 씁쓸한 마음마저 듭니다. 의사수 부족이라는 이슈로 이번 사태가 일어났지만 진정 시발점은 바로 이 필수 의료과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사태를 이 기피과들은 체념처럼 받아들이고 있는데 여기서 시작된 쓰나미가 엉뚱하게도 그동안 잘하고 있었던 나머지 과까지 한꺼번에 무너뜨렸습니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와 저렴한 의료수가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근본부터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림사에 간 의사들’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전공의들에 대한 수련 훈련 시스템은 도제식 교육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마치 소림사에 들어가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 무술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들은 이 힘들고 어려운 훈련 과정을 견딥니다. 그것은 소림사 출신이라서 나중에 영화배우도 되고 VIP 경호원도 되고 도장을 열어도 제자 모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적으로 최고 수준의 무술인이 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의 전공의 과정도 똑같습니다. 박봉에 힘들고 인간적으로 온갖 수모가 와도 ‘그래 4년만 참자, 이 기간만 참고 견디면 돈도 잘 벌고 사회적으로도 대접받는 직업인이 될 수 있어’라며 견디면서 자기들도 모르게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의가 되어서 나왔던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이러한 시스템이 붕괴되었습니다. 엄청 고생하던 소림사 무술 훈련생들이 그렇지 않아도 죽게 고생하고 있던 참에 ‘소림사 출신도 앞으로는 별 볼일 없데’라는 헛소문을 듣고서 ‘에라 잘 되었다. 이참에 좀 쉬자’ 면서 모두들 도망갔는데 이들을 무슨 수로 잡아 올수 있을까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2000명 증원을 외쳐대던 몇몇 교수며 전문가들이 이런 것 까지 예측했나요? 그들은 역사 앞에 분명 죄인입니다./두재균(전주 소피아여성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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