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석전 박한영 스님 저술 현대화, 출판하는 사업 시작

동국대, 저술 번역, 기행문, 서간문 등 2028년까지 작업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4월 15일 08시21분

완주출신 석전 박한영 스님(1870~1948)의 저술을 현대화해 출판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동국대는 전신인 불교고등강숙의 교장을 역임하는 등 근대불교에 큰 족적을 남긴 스님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동국대의 건학이념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동국대 문화학술원 한국문학연구소 석전 전서 간행팀은 2일 학교 본관 로터스홀에서 간담회를 열고 석전 박한영 스님의 저술과 어록 등을 망라해 모두 20권 분량의 '석전 박한영 전서'를 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제강점기에 항거한 불교 운동가 석전 박한영(1870~1948, 완주 출신). 특히 그는 진종 백용성(1864-1940), 만해 한용운(1879-1944) 스님과 함께 한국 불교를 지켜낸 3대 선각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조계종 초대 교정이며, 청담, 청우, 운허, 운기 스님의 스승으로, 한용운, 최남선, 정인보, 이병기, 신석정, 서정주, 조지훈, 김달진 등을 길러낸 선각자이자 문학가였다. 또, 한성임시정부 전북 대표, 한국인민치태평양회의서(書) 불교 대표로 서명했으며, 백양사 광성의숙으로부터 명진학교와 혜화전문학교에 이르기까지 후학 양성에 힘쓴 교육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석전스님은 근대 한국불교의 대강백이자 사상가로 꼽힌다. 환응(幻應)스님에게 사교를, 경운(擎雲)스님에게 대교를 이수하고, 설유(雪乳)스님의 법을 이었다. 만해(卍海)·금파(琴巴) 스님 등과 불교개혁에 나섰고 만해·성월(惺月)·진응(震應)·금봉(錦峯) 스님과 친일불교에 맞서 조선불교 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해 임제종(臨濟宗)운동을 전개했다. 또한 고등불교강숙 숙사(1914), 중앙학림 강사와 교장(1915~1922), 중앙불전 교장(1930~1938)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조선불교 교정(敎正)을 지냈다.

스님은 1895년 순창 구암사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후 사찰을 물론 동국대의 전신인 불교고등강숙에서 학인들을 지도했다. 또, 불교계 잡지와 신문 등에 글을 써서 게재했으며, 금강산·지리산·한라산 등 한반도의 명승에 대한 기행문도 남겼다. 조선불교 선교양종의 교정을 맡았고 강원과 불교전문학교에서 사용할 교재도 다수 편찬했다. 또한 이광수, 최남선, 정인보 등 당대의 문인과 학자들과 폭넓게 교류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간행팀은 스님의 이같은 방대한 행보와 저술을 조사, 수집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총 210권, 80만자 분량의 내용을 확보했다. 현대 한국어로 풀이한다면 300~400만자에 해당하는 양이다. 간행팀은 먼저 스님의 직접적인 저술에 해당하는 내용을 모두 10권으로 추려 동국대 개교 120주년이 되는 2026년까지 출판하기로 했다. 스님의 시집인 '석전시초'를 비롯, '석전문초', '불교사람요' 등에 현대적 번역과 주해, 해제를 달아 출간한다.

석전스님의 입적 80주기가 되는 2028년에는 스님의 법어, 강론을 비롯, 기행문, 서간문을 집대성해 '스님의 사자후', '지성의 향기', '고승의 문향' 등의 제목을 달아 7권 분량으로 출판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자료에 석전스님이 서문 등 '코멘트'를 남겼거나 스님이 편집한 자료들도 연구 가치가 있다고 판단, 3권 분량으로 엮어낸다. 이같은 2차 작업분 10권이 출간되면 사업이 마무리된다.

동국대는 석전 박한영 스님 전서 간행 사업이 스님의 불교사상사적 위상을 제고함은 물론 동국대 건학이념 구현에도 역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재웅 동국대 총장은 "석전 박한영 스님은 동국대 초기 단계에서 주요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직접 강의에도 나서며 후학들을 지도했다"면서 "평소 석전 스님의 사상을 계승하는 일이 동국발전, 한국불교 발전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며 "이번 사업이 좋은 결실을 맺어 동국정신을 되살리는 소프트파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석전 박한영 전서 간행팀의 단장은 김상일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장학부 교수가, 팀장은 김종진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맡았다. 간행팀은 향후 전문가 자문회의, 학술대회 등도 개최해 석전스님 연구의 가치를 홍보하고 검증할 계획이다.

앞서 박한영 대종사의 일대기를 다룬 최초의 행장 ‘석전 박한영(신아출판사 출간)’이 출간됐다. 전 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과 부석암 혜봉 스님이 10년 동안 자료 수집과 3년 여 의 집필 기간을 거쳐 출간한 이 책자는 대종사의 입적 68주기를 맞아 선운사 추모제에 헌정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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