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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 한 편 한 편 썼던 글, 책이 되어 세상에 태어나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4월 11일 15시01분

‘마음이 희뿌연 안개로/답답하고 숨쉬기도 힘드네//그대 떠난 자리 깊은 상처/너덜너덜 쓰리고 아프네//외로운 가슴에 커다란 바람/휩쓸고 마음도 쓸어가네//바람이 떠난 자리 환한 햇빛/찾아와 빈자리 가득 채워주네(‘바람이 지나간 자리’ 전문)‘

'바람이 지나간 자리(지은이 김명숙, 출판 마음)'는 시인의 4번째 시집으로, 1989년에 교통사고로 일급 장애인이 되어 창살없는 감옥에서 누워지내면서 쓴 옥동자이다. 지은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사소하고 소소한 아름다움과 반짝이는 깨달음을 글로 표현했다. 저자의 손끝에서 묻어나는 사랑과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이 시집은 살아온 시간을 정리하고 살아갈 시간을 다시 한번 그려보겠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마음을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지난 세월은 한바탕 바람이었다 큰바람, 작은 바람 바람에 넘어졌다가 일어섰고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광풍에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한 가족도 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그림자가 깊게 드리우고 있다 성처뿐인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패여 있다 바람의 그림자 지울 수 없다. 항상 따라 다닌다. 다시 바람 앞에 서 있다. 현실에 뿌리내린 채 삶과 죽음, 개인과 역사, 서정과 서사 사이의 떨어진 거리를 때로는 팽팽하게 때로는 거칠게 품어 안고 뒹군 언어적 고투와 방법적 탐색이 유려하다.

시집은 1부 강물, 2부 들꽃, 3부 바람, 4부 선상 아리아 5특 특별한 인연 등으로 구분, 90편의 시가 실렸다. 오늘따라 봄바람이 좋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세상/파릇파릇 향을 머금은 봄바람//간지러운 꽃 바람 심장으로 스며들어 잔잔한 물결 일렁이네//따뜻한 햇빛 손가락 사이로/빠져나가 땅에 흩어지네//쏟아진 햇빛 아래 봄의 색깔로 시나브로 물들어가네(‘봄바람’ 전문)’

미소짓는 무지개도 보인다. ‘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햇빛 창문 뚫고 쳐들어와 방바닥에 뛰어 흩어지네//둥싱둥실 떠오르는 얼굴/흩어진 빛 증기 속에서 터져/무지개 만들고 미소짓는다(‘무지개’ 전문)’

작가는 “화창한 봄날 햇빛 아래 예쁘게 웃으며 꽃피는 봄 날 한 편 한 편 썼던 글이 또 한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태어났다”면서 “하루 하루 치열하게 살고 있는 시간 중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작가는 그동안 시집 ‘별것이 아니다’, ‘내 친구’, ‘별 바라기’, ‘바람이 지나간 자리’를 펴냈으며 예술인협회, 전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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