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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창]지켜야 하는 약속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11일 14시40분

‘천리를 보는 눈’ 천리안(千里眼)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내거나 사물을 꿰뚫어 보는 뛰어난 관찰력’을 이르는데, 중국 남북조시대 북위(北魏)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인 ‘위서’의 ‘양일(楊逸)전’에 처음 등장하는 말이다.

양일이란 인물이 당시 광주지역의 자사(중앙 정부가 파견한 감찰관)로 부임하여 선정을 베풀었는데, 곳곳에 정보원 여럿을 두고 예하 관리들의 비리와 잘못을 감시하게 했다. 그는 휘하 관리들이 타지로 출장을 갈 때도 식량을 직접 챙겨가게 했는데, 그런데도 그곳 사람들이 관리에게 식사를 대접하려 하면 관리들은 ‘양일자사께서 천리를 보는 눈을 가지셔서 그 분을 속일 수 없다’면서 식사를 사양했다고 한다. 이렇게 나온 말이 천리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통신해양기상위성의 이름이 천리안이다. 지구의 적도 상공에 위치해서 해양과 기상을 관측하며 기상이변으로 국민에게 미칠 위험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통신과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우리 국민의 윤택한 삶을 돕고 있다.

천리안이 과학의 영역에서 인간을 이롭게 한다면, 불교의 영역에서도 천개의 눈과 손을 가지고 인간을 이롭게 하는 보살이 있다.

불교에서 보살이라 함은, 부처가 되기 위해 정진하는 동시에 고통에서 헤매는 일체의 중생을 교화하려고 노력하는 구도자를 통칭한다.

자비를 상징하는 관세음보살,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 지옥 중생을 제도하는 지장보살, 실천을 상징하는 보현보살 등이 대표적인 보살들이다.

이 가운데 관세음보살은 관음보살, 관자재보살, 여의륜보살, 대세지보살 등 열 가지가 넘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 중 하나가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중생들의 어려움을 낱낱이 보고서, 천개의 손으로 고난에 빠진 인간들의 손을 자비로서 잡아 끌어올려 구해준다’ 하여 명호 앞에 천수천안(千手千眼)이 붙는다.

또 관세음보살은 33가지의 몸(身)을 가지고서 필요에 따라 다른 몸으로 현신하여 인간을 구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관세음보살의 역할을 알게된다면 불자가 아니더라도 좋아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4.10 총선이 막을 내렸다. 각 당과 소속의 후보들은 총선 기간 동안 거리에 서서 인사를 한다거나, 행사에 참석을 하거나, 군중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거나 등으로, 방법은 다르지만 유권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을 동원했다.

선거사무소 외벽에 붙은 홍보물은 후보의 정체성과 함께 앞으로의 정치 방향을 드러내는 선전(宣傳, propaganda)의 일종이다. 선전은 ‘일정한 의도를 갖고 세론을 조작하여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을 말한다. 정부·정당·노동자·시민·기업 등 정치적인 것에서부터 상업적인 것까지를 포함하여 각 목표를 가지고 선전은 이루어진다.

특히 선거에서 선전전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사회에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여 ‘선전이 곧 선거의 시작과 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치러진 총선이 막을 내렸고, 이제 선택된 자들의 시간이다. 지난 총선 기간에 여·야를 대표하는 다른 구호와 약속들이 있었지만 모두 민생살리기에 기초한 주장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 기간에 군중에 해 왔던 약속들을 지킬 수도, 또는 여러가지 상황들로 인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약속을 통해 선출직에 뽑혔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약속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또 4년을 지켜 볼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한 해답은 다시 돌아오는 4년 뒤 시간에 나타날 것이다.

천리안을 가지고서 주변의 불의를 척결하는 것, 바라는 것 없이 인간을 이롭게 돕는 위성의 역할, 빠짐없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을 닮은 의정 생활을 꼭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이게, 자신이 뱉은 말 정도는 지켜달라는 것이다. /조영동(정읍문화도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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